뱀파이어 이야기를 다룬 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렛미인'은 훨씬 더 진일보한 면모를 보여준다. 대부분의 뱀파이어 이야기에서 뱀파이어는 젊은 여성의 처녀성과 피를 취한다. 순수함을 잃고 어른이 된다는 것의 비유적인 표현이고 뱀파이어를 소재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항상 흥미롭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서 '렛미인'은 사랑을 다룬다. 순수한 사랑이 더 나아가 현실적인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도 던진다. 이런 부분들이 눈길을 끌었고 이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면 정말 멋질 거라 생각했다.
▲무대를 통해 보여지는 것은?
관객들이 객석으로 들어오면 하얀 눈이 쌓인 숲 속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 숲 속은 거실이기도 하고, 침실이기도 하다. 또 모든 죽음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과 그들의 관계를 흥미롭게 다루기 위해 노력했다. 인간이 아닌 인간이자 엄청난 힘을 가진 뱀파이어, 그 힘을 무대 위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무브먼트와 음악에도 힘을 줬다. 이 작품이 다른 연극들과 달리 새로운 것은 바로 배우들의 무브먼트다. 안무처럼 표현되는 무브먼트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순간의 소통 방법이다. 공연 사이 끊임없이 사운드트랙이 흘러나와 관객들의 정서를 작품에 고정시킬 수 있게 만들기도 한다.
▲한국 관객에게 한 마디.
너무 극장스러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극장은 상상할 수 있는 장소여야 한다. 무대에서 아티스트와 관객이 중간 어디쯤에서 만나서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세트를 좋아한다. 연극 '렛미인' 무대도 바로 그런 곳이라 생각한다. 뮤지컬과 같은 안무와 끊임없는 음악, 그리고 피가 낭자한 무대를 보게 될 것이기 때문에 매우 특별하고, 결코 지루하지 않을 것이라 자부한다. 이 작품을 무엇인가 짧은 단어로 설명해야 한다면, 그것은 바로 '사랑'과 '뱀파이어'다. 오디션을 통해 완벽한 배우를 캐스팅했다. 다른 나라의 관객들처럼 이 이야기에 곧 흠뻑 젖어들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지난해 '원스' 오디션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신시 박명성 대표와 학교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작품은 전통적인 공포 이야기와 왕따 문제가 함께 버무려져 있는 작품이다. 한국에서 올린다는 것이 대단히 기쁘다.
임효인 기자 hyoyo@
●존 티파니 프로필
스코틀랜드 출신 연출가. 한국에는 연극 '블랙워치(Black Watch)'를 통해 알려졌으며 이 작품으로 2009년 올리비에상 최우수 연출상을 수상했다. 뮤지컬 '원스(Once)'로는 2012년 토니상과 드라마 데스크상에서 최우수 연출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연극 '유리동물원(Glass Menagerie)' 등 다수 작품과 내년 6월 선보이는 연극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Harry Potter and the Cursed Child)'의 연출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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