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 직전 원주민 이주를 시작한 재개발지역에서 대출이 중단됐고,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을 먼저 요구하거나 대출금리를 터무니없이 높인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관리처분인가를 통해 행정절차를 완료한 대전 서구의 한 재개발조합은 진행 중이던 원주민 이주를 이달부터 중단했다.
재개발이 진행되는 동안 원주민들이 다른 곳에 잠시 이주할 수 있도록 이주비 대출을 진행하던 은행이 대출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재개발·재건축사업에 은행 집단대출은 '이주비'와 '사업비', '중도금'등으로 구분되는데 사업비와 중도금 대출 은행이 지정되지 않자 이주비 담당 은행도 중간에 철수했다.
해당 재개발조합장은 “원주민 40여명이 대출을 받아 이주할 계획으로 20여명에게 대출이 진행된 상태서 중단돼 나머지는 대출을 못 받아 이주도 중단됐다”며 “시공사가 대기업인데도 사업비 은행이 섭외되지 않고 제2금융권은 6.4%의 터무니없는 금리를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대전 유성구의 또다른 주택재건축구역도 집단대출 은행을 잡지 못해 10월 계획한 분양에 고비를 맞고 있다.
조합 측이 시중 은행 4개사에서 집단대출 제안서를 받아본 결과 3개사는 사업비 대출을 아예 거절했고, 나머지 은행도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답했다.
또 300억원으로 예상하는 주민이주비에 대한 대출 역시 사업비 담당할 은행이 결정됐거나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은행 한 곳만이 이주비를 대출해줄 수 있다는 회신이 왔는데 금리는 보증 있을 시 3.25%, 없으면 3.54%로 차등을 뒀다.
조합 관계자는 “주민 이주 후 분양을 거쳐 착공까지 진행했을 때 사업비 담당 은행을 지정해도 되는데 지금은 대출 순서가 거꾸로 됐다”며 “지난해 금리가 3% 미만이었는데 갑작스런 제도변경 때문에 10년간 준비해 분양을 앞둔 재건축사업이 흔들린다”고 토로했다.
동구에서 대규모 재건축사업을 추진 중인 구역도 지난 1월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주민 이주를 시작해야하는 시점에서 대출규제에 막혀 있다.
문제는 대출규제에 사업이 중단된 이들 지역 재개발·재건축구역들이 지난 10년간 어렵게 사업을 추진해 결실을 맺을 시점에서 제도변화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대한주택협회 관계자는 “집단대출 규제는 주택사업자의 경영 악화는 물론 주택수급 기반을 무너트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규제를 완화하거나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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