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와 명예를 바란 게 아니었다.”
1년여 전 중소기업중앙회가 174개 중소기업 대표를 대상으로 중소기업 CEO가 된 이유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거칠게 요약하면 이렇다.
중소기업인 38.5%는 '자아실현'이라고 답했고 고소득과 사회적 명예 때문이라는 비율은 각각 6.9%, 4%에 그쳤다.
자아실현을 꼽은 이들은 판매형태로는 수출기업(53.8%), 업력별로는 7년미만(44.6%)에서 두드러졌다.
하지만 중기인들은 곧 각종 규제(35.1%), 정부정책의 일관성 부족(32.8%), 중소기업 관련 부정적 인식(20.7%)과 같은 현실에 맞닥뜨리며 '기업가정신'의 퇴보를 맛봤다고 했다.
국내 경제구조는 흔히 '99·88'이라는 숫자로 규정된다. 전체 기업 중 중소기업이 99%를 차지하고 총고용의 88%를 담당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중소기업 위상지표를 보면 전국 사업체수는 341만8993개로 이중 341만5863개가 중소기업이다. 정확히 99.9%다.
전(全)산업 종사자 1534만4860명 가운데 1342만1594명(87.5%)이 중소기업에 다닌다. 나머지 0.1%(3130개) 대기업에 12.5%(192만3266명)가 몸을 담고 있다.
99·88 비율은 오랜 기간을 거치며 하나의 법칙처럼 굳어졌다. 지역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대전과 세종, 충남의 사업체수는 각각 9만8030개, 6710개, 13만2352개로 이중 중소기업은 공히 99.9%인 9만7947개, 6700개, 13만2259개다. 중소기업 종사자 수를 봐도 대전 39만118명 중 35만4625명(90.9%), 세종 3만6826명 중 3만936명(84%), 충남 61만7566명 중 53만1808명(86.1%)로 평균 87%다.
중소기업의 이런 양적 위상은 그러나 질적 성장에 대한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킨다. 340만여 중소기업 가운데 290만여 곳이 종사자 10인 미만의 소상공업체로 분류된다.
종사자 5인 이상의 제조업에서 중소기업 비중은 99.5%인데 반해 생산액은 47.6%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생산액 52.4%는 사업체수로 0.5%에 불과한 대기업에서 나온다.
대·중소기업 간 효율성 격차는 확대일로에 있고 임금수준은 소상공업체의 경우 대기업의 50%를 밑돌며 중기업이라야 70% 정도다.
과거 대기업에 중간재를 공급하며 매출을 늘리던 이른바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는 실효를 다했고 중소기업들은 장기화하는 경기침체와 함께 만성적인 자금난, 인력부족 등으로 막다른 코너에 몰려있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간 융·복합 기술 및 제품 개발과 협업, 마케팅 패러다임의 전환, 지역민에 의한 지역기업 제품소비(로커베스팅·Locavesting) 등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인섭 대전충남지방중소기업청장은 “이젠 기술개발이나 시장개척에서도 중소기업의 상호협업과 융·복합이 강조되고 있다”며 “대전지역의 우수한 연구인프라와 최첨단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 대학 등이 활발한 기술교류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좋은 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찬회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장은 “로커베스팅이 자리 잡으면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중소기업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중소기업이 우리 경제의 하부안정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측면을 고려해 지금부터라도 지방정부와 공공기관, 지역주민이 더불어 로커베스팅 확산 방안 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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