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한 줄다리기 그 자체다. 지난 4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법원 동관 466호 법정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KT&G와 한국필립모리스(주), (주)BAT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7차 변론에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는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당초 이날 변론은 흡연의 중독성과 위해성 등에 대해서 심리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재판부 인사로 이날 변론에서는 그동안 다뤘던 쟁점들을 되짚어보며 서로의 주장을 확인했다.
건보공단은 폐암으로 진료받은 환자 6만600명 가운데 1992년부터 20년이상 하루 1갑이상 피운(20갑년) 환자 3484명을 추출해 공단이 제출한 치료금액 537억여원을 담배회사들에 청구했다.
이날 변론에서는 2가지 쟁점이 가장 크게 부각됐다. 공단이 피해자가 아닌데 직접적으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지 여부와 공단이 제시한 환자들이 과연 흡연과 관계됐는 지다.
이날 담배회사들은 “건보공단이라는 조직의 사업 목적성과 이번 담배회사 소송은 연관성이 전혀 없다. 피해자가 아닌데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것은 소권 남용”이라며 “사법적 권리구제를 위한 목적이라기보다는 금연에 대한 홍보 목적이 아닐까 싶다”고 주장했다.
공단측은 간접적 손해도 배상책임의 대상이라는 대법원 판례(1996년 선고, 94다5472)를 제시했다.
이 판결에서는 “불법행위의 직접적인 대상에 대한 손해가 아니라 그로부터 파생되는 간접적 손해도 가해자의 예견 가능성이 있으면 배상책임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과거 대법원에서 원외처방약제비소송과 생동성시험조작소송에서 공단의 직접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며 소송 근거를 제시했다.
폐암과 흡연과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도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공단측은 “흡연이 폐암을 유발한다는 인과관계는 자연과학계의 합의된 이론이고 확정된 사실”이라며 “이번 소송은 전체 폐암환자가 아닌 흡연과 가장 강한 연관성을 보인 소세포폐암(95%)과 편평세포암(95%) 환자들만 대상으로 했다”고 연관성을 주장했다. 이번 소송대상 암종과 흡연간에는 특이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역학연구는 개인의 인과관계를 평가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일축했다.
담배회사들의 반박도 만만치 않았다. 흡연과 폐암과의 관계를 입증하는 방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담배회사측은 “공단이 제시한 환자들 가운데는 흡연상태를 확인할 수 없는 수진자도 많았고, 비흡연자도 있었다. 최소한의 요건도 충족하지 않은 사안에 법리적 인과관계를 밝혀내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흡연 뿐 아니라 환자 개인의 유전적 위험인자로 폐암이 유발될 개연성이 있다. 위험인자에 노출된 시기와 정도, 발병시기, 담배위험인자에 노출되기 전의 건강상태, 생활습관, 질병상태, 가족력 등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항변했다.
이날 심리는 그동안의 쟁점을 확인하는 자리였음에도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한편 건보공단과 담배회사간의 8차 변론은 4월 22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법원 동관 466호 법정에서 열린다.
서울 중앙지방법원=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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