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길호 ETRI 성과홍보실장 |
순수한 목적에서 살짝 내부 게시판에 올리고 몇몇 지인들에게만 알렸는데도 불구 대덕연구개발특구에서 수십명이 모여들었다.
좀처럼 보기드문 사례다. 하지만 최근에는 융합연구 활성화도 서로 소통하고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내자는 차원에서 이런 모임들이 하나, 둘 활성화 되고 있다.
이날 개최된 세미나의 반응은 뜨거웠다. 실제 바둑을 잘 두는 연구원이 나서서 알파고의 바둑두는 솜씨를 세밀히 분석했다. 또 바둑설명과 인공지능 기술을 더해 참석자들과 집단지성을 발휘해 대해부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자료는 실시간 SNS에 올려졌고 반응은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퍼 나르는 바람에 홍역을 치른건 다름아닌 홍보부서가 되었다. 급기야 주인공인 ETRI 손영성, 이정원 연구원은 모 언론사의 기고요청 4000자를 수락했는데 결국 1만 4000자의 대해부도를 기고로 녹여 해주기도 했다.
ETRI는 현재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AI)연구가 뜨겁다. 인공지능을 통해 음성인식, 자동통역 분야를 연구하는가 하면, 지식마이닝연구실에서는 대한민국 퀴즈왕을 노리는 '엑소브레인(Exo-Brain)' 연구가 한창이다. 물론, 혹자는 이미 2011년 2월, 미국 IBM이 만든 슈퍼컴인 왓슨(Watson)이 ABC 방송 퀴즈프로그램인 저퍼디(Jeopardy)에서 퀴즈왕이 된 것을 기억하며 별로 신통치 못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ETRI 연구진이 개발하고 있는 엑소브레인은 “내 몸 밖의 또 다른 두뇌”를 추구한다. 현재는 24시간 잠도자지 않고 지식축적에 한창이다. 백과사전을 통째로 외우는 건 물론이고 아침이 되면 주요일간지 20여개를 한 자도 빼지않고 학습한다. 거의 시사상식은 최고의 수준이다.
실시간 올라오는 각종 포털의 지식백과와 같은 내용도 스스로 알아서 공부한다. 지식습득에 열공모드인 셈이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분야로 '딥 뷰' 분야도 있다. AI를 이용해 컴퓨터가 그림을 보고 해석하는 기능을 갖도록 연구한다.
이처럼 인공지능, 컴퓨터가 인간의 영역까지 침범하는 모습을 보고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도 많다. 당장 내 밥그릇을 빼앗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리라. 하지만, 전문가들은 향후 이런 기술들은 인간의 영역에서 판단수준을 도와주는 보조수단으로 널리 쓰일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예컨대 의사가 환자의 환우를 처방시 컴퓨터에게 더 안전한 약은 없는지, 부작용이 적은 약은 개발되었는지, 최신의학정보를 질문해 처방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세기의 대결,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결전을 보러 구글의 회장 에릭 슈미트도 방문한다고 한다. 이세돌이 엊그제 농심배에서 중국의 세계1위 커제에게 패한 아픔을 배수진치고 알파고를 두들겨 줄지? 아니면 알파고가 컴퓨팅 파워를 바탕으로 5000년간의 기보를 몽땅 외워 인류가 만든 이기로 인류를 정복할 지 자못 흥미롭다. 만약 이세돌이 이긴다면 알파고는 대국료, 승리수당, 상금을 포함 125만 달러에 달하는 수업료를 바탕으로 이세돌에게 바둑을 한수 배우고 세계 최강자로 우뚝설 지 AI에 관심이 많은 필자도 자못 흥분되는 한주가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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