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과 직접 통화란 별따기보다 어렵다. 지인들도 사전 문자를 통해 예약을 걸어 놓고 연결을 시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 만큼 대중들의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여러 오해들도 많을 수 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부재중 전화가 찍혔는데도 '콜'을 해 주지 않아서 의가 나는 경우도 적지 않아서다. 휴대폰 수신 여부에 '의 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처럼 잠룡들의 고민 거리 중 하나가 휴대폰 운용 방식이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휴대폰을 직접 갖고 '지인'들과 전화를 자유롭게 한다. 특히 정 전 총리의 휴대폰은 구닥다리 폴더폰으로 스마트한 이미지의 정 전 총리와 '충돌'하는 느낌을 준다. 그의 전화번호부에는 이름이 저장돼 있지 않은게 이채롭다. 뒷 번호 등을 통해 '지인' 번호임을 안다고 한다. 지금도 300여개 이상의 휴대폰 번호는 암기한다고 한다. 정 전 총리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에 대해선 육성 통화가 더 좋다는 점 때문이다.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청주 상당·3선·국회 정무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장 신분으로 회기중에는 통화가 거의 되지 않는다. 다만, 문자를 남겨 놓으면 대부분 답을 준다. 문자 모양도 이쁘게 해서 보내는 꼼꼼함으로 상대방에게 웃음을 주는 경우가 많다.
충청포럼 회장을 맡고 있는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전화 통화가 자유롭다. 본인이 직접 받고 문자메시지 등을 자유자재로 주고 받는다. '진박' 실세 그룹이면서도 상대방과의 통화에는 큰 벽을 치지 않고 있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전언이다. 단, 여권 핵심 인사라는 점에서 상대방이 '감히' 전화를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장벽'이다.
야권의 충청 잠룡 그룹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개인 휴대폰을 지난해 10월 없앴다고 한다. 전화로 인해서 도정 수행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수행 비서가 전화를 가지고 다니며 연락을 취하고 있다. 이전의 심대평, 이완구 전 충남지사와는 다른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안 지사와 개인 통화가 쉽지는 않다. 수행비서를 통해 메모를 우선 남기는 절차 때문에 번거로움이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말이다.
충청 잠룡들의 휴대폰 수신 방법에도 '용'들의 정치학이 담겨져 있어 이들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잣대가 되고 있다.
서울=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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