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포A] 들리는가 독립만세의 함성이… 여기는 ‘아우내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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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포A] 들리는가 독립만세의 함성이… 여기는 ‘아우내장터’

  • 승인 2016-02-29 10:43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매월 1일, 6일, 11일, 16일, 21일, 26일 장이 선다. 조선시대부터 전국의 상인들이 소를 몰고 오거나 특산물을 가져와 장을 형성했는데, 경상도와 한양을 이어주는 길목이다. 지역명을 따온 병천순대가 유명하고, 유관순 열사가 태극기를 나눠주던 곳이다.

1919년 3월1일 전국 여섯 개 도시에서 독립만세운동이 시작되자 경성에서 고향 천안으로 돌아온 유관순이 마을 청년들과 비밀리에 운동을 준비했고, 4월1일 드디어 활동을 개시한다. 천안 동남구의 ‘아우내 장터’가 주요 무대. 3000여명이 모였고 유관순과 일행이 만든 태극기를 들고 너나할 것이 없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행진을 시작한다.

“대한독립만세!” “대한독립만세!”
3000여명의 목소리가 아우내장터에 가득했다. 가슴에서 솟구치는 열망을 토해내며 앞으로 앞으로 전진하는 사람들. 그러나 행진은 멀리가지 못했다. 곧 무장을 하고 나타난 일본군의 거침없는 총격에 시민들이 쓰러졌고 이곳에서 유관순 열사의 부모를 비롯한 19명이 순국, 열사를 비롯한 주요 행동대원들이 체포됐다.

▲3.1절을 나흘 앞둔 26일 서울 용산구 효창원에서 열린 '기미년 삼월 일일 정오 태극물결'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3.1절을 나흘 앞둔 26일 서울 용산구 효창원에서 열린 '기미년 삼월 일일 정오 태극물결'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나라를 위해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 나의 유일한 슬픔이다”
손톱이 빠지고 귀와 코가 잘려나가도 참을 수 있으나 나라를 잃은 고통만큼은 참을 수 없다던 유관순 열사. 그의 나이 겨우 만 17살. 여고생이 만세운동을 주도하고 두려움 없이 일제에 맞서던 그 기백을 어찌 잊으리. 아우내 장터에 모인 국민들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장터이지만 만세를 외치던 강직한 마음들이 쓰러져간 이곳. 그들이 염원하던 조국 광복은 비록 26년 후에나 이뤄졌지만, 그들의 함성이 뿌리가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본다. 그리고 그 중심에 아우내 장터가 있다.

▲온 가족이 애국지사
아우내 장터, 유관순 열사, 유관순 열사의 가족들. 차례대로 연상되는 이름들. 유관순 열사의 가족들 모두가 애국지사로 유명하다. 서울에서 천안으로 내려온 유관순 열사가 서울의 만세소식과 상황을 전하자, 열사의 아버지는 가족들과 아우내 장날을 이용해 만세시위운동을 계획한다. 부인도 한마음으로 시위에 동참하지만, 일본경찰이 겨눈 총을 맞고 두사람 모두 현장에서 순국한다.

유관순 일가의 또 한사람 오빠 유우석. 아우내장터 만세운동과 같은 날인 4월1일 공주읍 장날을 이용해 독립만세운동을 준비한다. 학생대표로 참가해 독립선언서 1000여매를 만들고, 대형태극기 4개를 만든다. 군중의 가장 선두에서 서서 만세운동을 주도하지만, 신속한 일제경찰의 제지로 끝나고 버렸다. 소규모 운동이었다는 이유로 주동자 한명으로 붙잡혀 감옥에 갇힌다.

유관순과 유우석은 같은날 다른장소에서 독립운동을 펼쳤는데, 두 사람 모두 공주검사국으로 송치되어 스치듯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영원한 이별을 맞이한다. 후세에 모두 건국훈장과 애국장을 추서 받았고 ‘애국가족’으로 명명되었다.

조국독립만이 진정한 꿈이었던 유관순과 가족들. 딸은 모진 고문 끝에 순국했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만세운동 중 총격으로 사망, 가옥은 불태워졌고, 살아남은 형제들은 그 슬픔을 간직한 또다시 독립을 위한 투쟁을 지속했다. 한 가족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들이 다져놓은 이 땅의 평화를 향해 고개 숙여본다. 그들의 희생에 어찌 고개 숙이지 않겠는가. 땅에 묻혔고 뼈와 살은 산화됐을지언정, 그들의 생생한 함성만큼은 아직 우리에게 남았다. 아우내 장터의 북적북적한 사람들 사이로, 들려오리라. 그날의 함성. /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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