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사 부도와 사기분양 등으로 미준공상태에서 196세대가 거주 중인 아파트(왼쪽)와 작동불능의 소화전. |
이곳은 2003년 공사를 시작해 지금은 주민 200여세대가 거주하고 있지만, 아파트가 완성되지 않은 미준공 주택이다.
공사 중단과 사기분양 그리고 사기대출에 따른 토지 상실 등 삶의 터전에서 벌어진 일을 멍에처럼 지닌 곳을 찾아 주민들의 이야기를 전해 본다.
<편집자 주>
2003년 평당 550만원선에서 분양한 대전 유성 노은시티빌(옛 노은메가시티)은 노은신시가지 개발바람에 힘입어 큰 인기를 누렸다.
도시철도1호선 연장, 2002년 월드컵 직후 주변상권 변화때문에 주택 196세대 대부분 분양됐다.
같은 해 시행·시공을 맡은 J 건설을 주축으로 공사를 시작했으나, 다음해 건설사 내부에서 횡령사건이 터지면서 자금부족으로 2004년 10월 공사는 1차 중단됐다.
내 집 마련을 위해 분양대금을 꼬박꼬박 납부한 아파트 분양자들은 공사 중단을 지켜만 볼 수 없어 2005년 7월 분양자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건설사를 운영하던 A씨를 분양자 대표로 선출하고 A씨를 통해 공사를 재개했다.
분양자들은 은행에서 대출받아 남은 잔금을 지급하고 분양대금을 완납해 A씨가 공사를 완료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공사는 2007년 또다시 중단됐다.
당시 공사를 재개하고 첫 대책위원장을 맡았던 A씨가 노은시티빌에서 배임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그는 현재 구속 상태에서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2차 공사까지 중단된 이후 공사비를 받지 못한 하청업체가 유치권 확보 차원에서 해당 아파트에 입주를 시작했고, 2009년 초부터 분양자들도 더는 기다릴 수 없어 미준공 상태의 건물에서 생활을 시작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2003년 분양을 받아 2005년 준공하겠다던 아파트가 분양대금을 다 납부해도 준공되지 않았고, 분양자들은 은행 이자상환에 쫓겼다”며 “일단 임시 입주를 해서 공사를 마무리하자는 생각으로 분양자들이 한둘씩 이곳으로 이사했다”고 설명했다.
2009년 당시 노은시티빌은 전체 15층 높이 중 11층까지 골조만 세워진 상태로 분양 주민들이 입주 후 추가 분담금을 납부하며 조금씩 완성해왔다.
주민 이씨는 “2009년 12월쯤 입주했는데 그때 건물에 도배는 물론 페인트칠도 없을 정도로 깡통 주택이었고, 수도는 1층에서 호스를 통해 끌어올려 사용했다”며 “세대당 2500만원씩 돈을 더 납부해 3차 공사를 진행해서야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은시티빌은 여전히 아파트 196세대, 오피스텔 28세대, 상가 60여개의 준공승인을 받지 못했다.
소방설비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각 세대 소화전은 비어 있고 작동 불능상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아파트 부지는 2003년 8월 분양자 모르게 시행사 측이 저축은행에 350억원의 담보대출을 일으켜 분양주민들은 토지소유권도 없는 상태다.
분양자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2009년 공사가 중단됐을 때 분양자들이 힘을 모으지 않았으면, 이곳도 공사 중단 아파트로 지금껏 방치됐을 것”이라며 “시행사의 사기대출에 토지도 잃고 소방시설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지만 준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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