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저녁 하늘은 구름이 껴 노랗고 꽉 찬 보름달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연정국악원을 찾은 시민들은 그보다 풍성한 대보름 저녁을 만끽하는 듯했다.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다양한 풍속 공연이 시민들을 맞이했다.
이날 공연은 왕이 궁 밖으로 나갈 때 연주하는 행진곡 '대취타'로 시작을 알렸다. 집사가 등채를 높이 들고 시작을 호령하자 노란 한복을 차려입은 취타수가 각각 나발과 나각, 태평소를 힘차게 불었다. 한 해를 시작하는 첫 달의 시작을 왕의 행차만큼이나 성대하게 맞이하며 좋은 기운을 북돋웠다.
이어진 무대는 연정국악단원들의 민요 한 마당으로 '달맞이'와 '쾌지나칭칭나네', '옹헤야' 무대가 펼쳐졌다. 특히 '옹헤야' 무대 땐 단원이 선창을 하면 객석에서 이어받아 들썩거리며 공연을 즐기는 모습도 연출됐다.
바로 등장한 전통무용 '강강술래' 무대에서는 곱게 차려입은 무용수들이 재빠르게 원을 그리며 움직이는 안무를 펼쳤다.
대전 시민천문대 어린이합창단이 국악동요를 선보인 무대도 객석의 호응을 얻어냈다.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노래', '네잎클로버'등 국악 연주와 함께 아름다운 소리를 선사했다.
이어 최근 TV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윤아 단원의 국악가요 무대가 펼쳐졌다. 이윤아 단원은'쑥대머리'로 좌중을 압도한데 이어 '아름다운 나라'와 '아름다운 세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마지막 무대는 전통연희단 '난쟁앤판'의 판놀음 무대로 꾸며졌다. 익살스런 입담과 몸짓으로 웃음을 선사하고 뒷부분에서는 화려한 상모돌리기로 탄성을 자아냈다.
이날 무대가 끝나고 로비에서는 난쟁앤판과 무용단이 남녀노소 시민과 강강술래를 하며 마지막까지 축제를 즐기고 돌아갔다.
가족과 공연장을 찾은 신현철(27·대전 서구)씨는 “생각보다 다양하고 재밌는 공연들로 신나고 즐거웠다”며 “부모님과 같이 즐길 수 있는 무대여서 더 좋은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