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한밭대 캠퍼스에 걸려있는 졸업식 플래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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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과 동시에 백수가 되는데 기쁠 일이 있겠어요?”
새로운 출발에 대한 기대감에 즐거워야 할 지역대 졸업식이 극심한 취업난으로 한산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24일 오전 10시 한밭대 문화예술관. 졸업식을 찾은 학생들은 졸업에 대한 설렘보다는 취업 걱정에 자조 섞인 푸념을 쏟아냈다.
박모(26·화학생명공학과)씨는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해 마냥 졸업식이 기쁘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 “부모님께 죄송해서 오시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나영(24·여·화학생명공학과)씨는 “아무래도 취업을 하지 못한 친구들은 졸업식 참석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졸업과 함께 취업준비생, 혹은 무직자로 전락하는 학생들로 졸업식 참석률도 줄고 있다. 가족이 함께 참석해 학사모를 쓰고 꽃다발을 건네는 모습도 찾기 힘들다.
실제로 이날 학위수여식을 연 한밭대의 경우 학사 졸업자 1455명 가운데 55%인 800여 명만 참석했다. 과거엔 취업으로 졸업식을 참석하지 못한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이제는 취업을 못해 졸업식을 불참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인 것이다.
캠퍼스 곳곳에 걸려있는 플래카드에도 이같은 현상을 담은 문구들이 눈에 띄었다. 과거 '더 넓은 세상으로', '축 졸업', '졸업은 새로운 시작' 등의 문구가 주를 이뤘다면 이날 졸업식에는 '졸업했으니 취업해야지? 연애는 다음 생애', '인생실전이다 넌 이제 고생길', '어서와 백수대열 합류' 등의 문구로 도배됐다.
졸업식에 참여하는 학생이 줄면서 꽃다발 판매량도 저조하다. 꽃다발 판매상인 김정숙(65·여)씨는 “졸업식 특수는 다 옛말이다. 예전에는 하루에 50개 정도 팔았는데 지금은 20개도 겨우 판다”고 말했다. 졸업식 사진을 담당했던 사진사 역시 캠퍼스를 누비고 다니지만 손님들의 시선을 끌지 못하고 있다. 삼삼오오 모여 셀카봉을 이용해 휴대폰 카메라로 찍는 학생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학부모 전숙희(55·유성구 봉명동)씨는 “과거에는 졸업한다고 하면 온 가족이 총출동할 정도로 졸업식이 주는 의미는 특별했다”며 “다들 사정이 있겠지만 졸업식의 주인공들마저 불참하는 것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성소연 기자 daisy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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