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5시께 대전역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 자영업자 이모(45)씨가 총선에서 여야의 공약에 대해 꺼내든 말 한마디다. 갈수록 경제는 어려워지고 살 길을 찾는 게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를 위한 정치인들의 립서비스가 신물이 난다는 것. 그는 “현실정치니 뭐니 하지만 정작 자신들이 살 길만 찾는 게 정치인들의 단면이어서 이제는 뭐라고 해도 믿지 않는다”고 외면했다.
20대 총선을 두 달도 남기지 않은 사황에서 지난주 뒤늦게 경제공약을 여야가 내놨지만 지역민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그동안 선거구 획정에 대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는 등 밥그릇 싸움으로 일관한 동시에 이제는 북한 발 사태에 대해 네탓 공방에 열을 올리는 모습에서 공약에 대한 신뢰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새누리당은 사회격차 문제에 대해 내수산업을 활성화시키는 동시에 미래 성장동력을 육성해 일자리를 만들어 소득을 높이는 방식으로 경제 문제를 해결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여기에 중소·중견기업들을 위한 경제특구를 설치하고 세제지원을 확대할 뿐 아니라 설비 수입관세 감면한도 역시 확대하는 등의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됐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더불어 잘사는 공정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포부 아래 더불어성장, 불평등 해소, 안전한 사회를 만든다는 3대 비전을 꺼내들었다. 여기에 좋은 일자리창출과 국민이 행복한 민생경제, 상생과 협력의 경제민주화 완성, 사회통합을 위한 한국형 복지국가, 미래 성장동력 확충과 지속가능한 발전, 전국이 더불어 잘사는 균형발전, 안전한 사회, 평화로운 한반도, 국민의 인권보장과 민주주의 회복 등 7대 약속도 내놨다.
그러나 여야의 이같은 공약에 대해 지역민들은 콧방귀도 뀌지 않는 분위기다.
먼저 국회의원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화되고 있는 선거구 획정이 아직도 결정되지 않았다. 여야 모두 정치적인 셈법에 매몰됐다는 판단이 앞서는 이유다. 더구나 여야의 입법 공방이 선거구 획정을 볼모로 잡고 있는 형국이라는 게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쟁점 법안 통과를 위해 현실정치나 경제정치라는 허울로 국민의 신뢰를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지역민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다투는 꼴이 마치 정글과도 같다”며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믿고 국회를 맡기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뿐만 아니라 북한 발 사태에 대해서도 이제는 네탓 공방을 이어오고 있는 여야에 대해 이슈를 통한 치졸한 선거전략을 펴고 있다는 비난도 쇄도한다. 북한 발 사태에 대한 평가에서도 여야는 한치의 양보없이 상대방에 대한 비난 공세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한 정치계 인사는 “여야 모두가 상대를 인정할 수 없다는 전제 하에 현재와 같은 평행선을 걷는 것 같다”며 “오히려 총선 기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도 많기 때문에 이제는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행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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