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정부는 환자들이 3차 상급종합병원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1차, 2차 병·의원을 거쳐 진료의뢰서가 있어야 3차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체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상급종합병원의 검진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을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건강검진 결과 통보 서식에는 “건강검진 결과 통보서에서 요양급여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이 기재된 경우, 요양급여 의뢰서(진료의뢰서)로 갈음해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공단에서 시행하고 있는 일반건강검진은 물론 생애전환기 검진, 국가 5대암검진, 학생건강검진, 영유아 건강검진 등이 모두 해당된다. 이때문에 환자들은 상급종합병원에서 공단 건강검진을 받을 경우 진료의뢰서를 대신해 검진 결과에 따라 추적 치료가 필요할 경우 의뢰서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더욱이 건강검진 결과 통보서에는 유효기간이 없어 언제든지 필요에 의하면 진료의뢰서 없이 결과통보서만으로 상급의료기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 지역에서는 을지대학교 병원 지난해 공단검진 1만1200명, 충남대병원 8117명, 건양대병원 8533명 등이 공단 검진을 받았으며, 이가운데 상당수가 진료의뢰서 없이 이병원 추가 진료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간한 2012년 '건강검진 통계연보'를 살펴보면 일반건강검진 대상자 1567만3188명 가운데 72.9%(1141만 9390명)가 검진을 받으며, 이가운데 절반이 넘는 52.3%(597만 명)가 유질환 또는 질환의심판정을 받고 있다. 즉 전국적으로 597만명이 진료의뢰서를 갈음한 건강검진 결과 통보서식으로 상급의료기관을 방문했을 것으로 유추된다.
의료계는 “연간 837만 건에 달하는 일반검진과 암검진을 통한 유소견자의 자유로운 상급종합병원 방문이 의료전달체계의 문제를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며 “이러한 검진을 통해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를 유도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지역보다는 수도권 빅5 상급병원으로 빠져나가는 인원이다. 지역에서도 최근 상급병원의 건강검진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고, 이에 따른 환자 유출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건강검진센터 관계자는 “이미 지역의 상당수 건강검진 대상자들이 지역보다는 수도권의 빅5 병원으로 건강검진을 다니고 있다”며 “건강검진을 통해 추후 질병이 확인될 경우 병원진료로 이어지는 만큼 지역환자 유출의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