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처분 작업 분주 18일 구제역 양성판정을 받은 천안의 한 돼지농장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살처분할 돼지를 옮기고 있다. 천안=이성희 기자 token77@ |
“결국 충남은 또 막지 못했네요. 대체 뭐가 문제인 건지….”
공주와 천안에서 구제역이 확진된 18일 지역민들과 방역당국은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민·관은 우선 확산 차단에 뜻을 모았지만, 책임회피와 소통부재 등 방역체계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천안의 확진농장 지근거리 농장주.
“아직 이동제한인지 뭔지 몰라. 구제역이 어디서 난지도 몰라. 시에서는 아무 얘기도 듣지 못했어. 주민끼리 구제역 났다고, 서로 소독 잘 하라고 해서 집에 있는겨. 저녁때는 나가봐야지. TV서 천안 구제역 얘긴 나오더만 어느 집인 지 알아야 안 가든가 하지.”
일부 주민은 한 마을에서도 어느 곳이 발생 농장인지, 이동제한령은 내려졌는지 조차 알지 못했다.
시는 전염병 대처에 우왕좌왕이다.
“자세한 건 기초단체인 면사무소에 물어봐야….” 상황실 운영 여부와 확진농가 위치 등 방역관련 질문에 모른다는 대답뿐인 천안시다.
“방역은 시에서 하는 거 아닌가요….”면사무소는 전문 인력도 없는 데다 통제 권한도 없다는 하소연이다. '철저한 방역'에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한 공무원은 이에 대해 “천안은 시청과 구청, 면사무소라는 부분이 있어 서로 미루는 행태가 만연하고 통제가 잘 안 된다. 시에서 책임지는 것이 맞다”며 “한 명이 총괄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주는 좀 달랐다.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아는 대로 안내해 드릴게요. 남산 2리에서 구제역이 발생했고, 소독을 위해 덕지초소와 남산초소를 설치 중입니다. 방역 통제는 시에서 하고요, 우리 면에서는 급수 지원 등을 진행 중입니다. 초소를 운영할 용역 직원을 불렀고, 전 직원 투입 예정입니다. 현장 취재는 이 지역 밖에서 했으면 좋겠습니다.”
주민들도 만족했다. 남산2리 이장 김모씨는 “지역에서 구제역이 터지니 기분은 좋지 않고, 이동제한도 불편해 빨리 해제 됐으면 좋겠다. 시의 대응은 빠른 것 같다”고 평했다. 다만 시민 박모(37)씨는 “충남 중 공주에서 처음 터진 것은 불명예다. 한 건의 확산도 없도록 전 시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 시는 각종 행사 개최로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천안은 곧 산신제와 장승제, 아우내 봉화제가 열린다. 봉화제는 3000여명이 모인다.
시 관계자는 “농민들이 전염을 걱정해 조기 진화되지 않으면 대규모 행사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공주 역시 오는 21일부터 시민연날리기대회와 달짚태우기, 민요연구회, 피아노공연 등이 계획돼 있다. 그러나 한 단체는 “시 보조 행사가 아니고, 많은 인파가 몰리는 것이 아닌 만큼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행사 강행 의지를 밝혔다.
공주는 이날 956마리의 돼지를 차가운 땅 속에 묻었고, 천안은 2140마리를 묻는 중이다.
유희성·김한준·박종구 기자
*본보의 이번 현장취재는 구제역 전염 방지를 위해 일상적으로 주민들이 활동하는 인근 지역 위주로 하고, 통제구역 내 취재는 전화통화로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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