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규 作 '유랑하다' |
대전시립미술관은 대전과 충청에서 활동하는 젊은 작가를 소개하는 '2016 넥스트코드:모험도감'展을 오는 4월 3일까지 개최한다. '넥스트코드'는 1999년부터 9년간 '전환의 봄'이라는 전시명으로 시작해 2008년부터 '넥스트코드'로 발전했다. 중부권 미술의 정체성을 찾고자 1999년부터 중장기 계획을 가지고 진행해 17년 동안 119명의 젊은 작가를 찾아 소개한 프로젝트다.
올해 '넥스트코드'는 지난해 대전을 배경으로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해 온 작가들의 포트폴리오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것을 기반으로 진행됐다. 미술관 회의와 논의를 거쳐 11인의 작가가 선정됐고 그 중 4명의 작가가 최종 선정됐다.
이들은 주변의 흐름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자기 자신 작업을 진행해왔으며 모험과 도전이라는 주제로 회화, 조각, 설치 등을 본인만의 색체로 표현했다.
▲ 김연규 (1989년생 충북 청주)=작가는 스펀지를 활용해 소비의 맥락에서 일상의 사물을 소재로 다룬다. 가벼우면서 습도와 압력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는 스펀지를 이용한 그의 작업은 일상의 단단한 사물을 변형하고 왜곡시킨다. 고도의 과학적 기술과 자본, 수많은 사람과 기계를 거쳐 완성됐을 유명 스포츠카의 외형을 여덟 개의 덩어리 조각으로 분해한 작업이 대표적이다. 기존의 기능과 맥락에서 벗어나 본래 기능과 색이 사라지고 그 외형과 부드러운 감촉만 남아 우리에게 익숙하지 못한 감상의 풍경을 남긴다.
▲ 김우진(1987년생 대전)=작가의 어릴 적 꿈은 사육사다.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한 그는 어린 시절 꿈을 바탕으로 플라스틱 의자 조각을 활용해 동물의 형상을 만든다. 말, 산양, 사슴 등 주로 자신이 사육하고 싶었던 동물이다. 작가는 작품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동물의 외형적 유사함보다 작가 개인이 가지고 있는 동물의 인상을 정서적으로 재현하는 것에 집중한다. 작가에게 작업은 동물을 키우는 과정과 같고 이는 못 이룬 그의 어린 시절 꿈을 해소하고 실현하는 방식이다. 소재인 플라스틱은 일회적이고 가볍고 싸다. 색색의 플라스틱 의자를 잘라 만든 작품 위에 작가의 색을 덧칠한다. 대량생산돼 바쁘게 돌아가는 현재, 빛바랜 지난날의 꿈이 작품 위에 스친다.
▲ 성민우(1974년생 충남 서산)=금색의 풀숲과 그 사이사이 작은 곤충들이 화면을 장식적으로 메운다. 풀과 괴석 사이에선 간간이 사람의 형상도 보인다. 작가의 재현은 대상에 몰입한 감상적 태도보다 담담한 관찰자의 시선에서 풀어가는 비현실적 재현에 가깝다. 때문에 작가 역시 자신의 그림이 그다지 사실적이지 않다고 얘기한다. 무거운 것을 가볍고 아름답게 치장함으로써 그렇게라도 삶이 가벼울 수 있길 바라는 자세인 것이다. 초월과 숭고를 포기하고 시간을 버텨내는 이들의 의미없어 보이는 시간들이 어쩌면 더 아름다워 보일 수 있음을 작가는 작업을 통해 이야기한다.
▲ 이지영(1976년생 충북 증평)=작가의 그림에는 의자가 있다. 의자 위엔 사람 대신 '털'이 빼곡하게 덮여있다. 일반적인 사물 위에 작가는 '털'이라는 소재를 더해 주관적 의견을 올린다. 털이 난 의자는 의자로써 기온전하게 그 사물의 사회적 기능을 무시한다. 작가는 짐승의 '털'처럼 문화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채 '거기' 있는 여러 종류의 타자들을 통해 문화의 허약함, 사회적 정체성의 취약함을 시각화한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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