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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극제에는 '극단 마당'과 '나무시어터 연극협동조합', '극단 금강', '극단 앙상블'까지 지역 4개 극단이 참여하며 3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극단 금강이 연기하는 연극 '그들이 허락하지 않은 아이(작가 김주원)'는 지난해 대전창작희곡공모에서 우수상을 받은 작품이며 극단 마당과 나무시어터 연극협동조합이 같은 작품으로 색다르게 선보일 연극 '철수의 난(작가 윤미현)'은 지난 2014 대전창작희곡공모에서 우수상을 받은 작품이다.
극단 앙상블은 '김봉출은 누가 죽였나?(작가 고상삼)'로 무대에 오른다.
다음달 6일 대전예술의전당 컨벤션홀에서 진행되는 연극제 폐막식과 시상식에서 이중 대상 수상작을 선발해 오는 6월 3일부터 22일까지 청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제34회전극연극제'에 대전 대표로 참여하는 기회를 부여한다.
연극은 1일 2회 오르며 티켓은 일반 2만5000원, 청소년 1만5000원, 20인 이상 단체 1만2000원이다. 문의 042-223-0060.
▲ 철수의 난=10년째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던 철수는 자신을 자본주의 사회에 진입하지 못하게 하는 거대한 음모세력이 있다고 의심해 더 이상 노량진에 가지 않겠다고 외친다. 게다가 수상한 행동까지 벌인다. 한평생 도라지 까는 일로 생계를 유지해온 할머니 할아버지와 전쟁 시 살아남기 위해 군사훈련에 열중인 전파사를 운영하는 아빠, 13살 어린 나이에 먹고사는 일에 매달리는 동생, 30년째 취업을 위한 성형으로 원래의 얼굴을 찾아볼 수 없게 된 고모까지 이들을 간첩이라고 믿기 시작한 것. 그러던 어느날 골목 한가운데 싱크홀이 생기고 아빠와 동네 주민은 이것을 전쟁징후로 의심한다. 단전사태까지 더해져 마을 주민들은 뒷산 동굴로 피난까지 떠나게 된다.
질긴 생명력으로 하루를 버티는 현대인들은 비합리적이고 부조리한 현재를 그냥 방치하고 방관한다. 그러다 어느순간부터 경계선이 뭉개졌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가늠하기 힘들다. 현실의 불합리를 합리라고 우기는 그로테스크한 인간에 대한 우화다. 연극 '철수의 난'은 그 상징성을 과장시켜 현실을 비교해 나간다.
▲ 그들이 허락하지 않는 아이= 난임으로 고통받는 예비 엄마아빠의 상담모임에서 익명으로 만난 사람들은 각자 고추, 토마토, 바나나, 밤톨 등의 이름표를 달고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를 원하지만 남편과 각방을 쓰는 고추, 아이를 원하지 않지만 시어머니에게 떠밀리듯 나온 토마토, 잘나가는 싱글이면서 시험관 아이를 가지려는 바나나, 아무 말 없는 유일한 남성 밤톨. 이들은 각자 얘기를 털어놓으며 위안을 얻지만 한편에선 의견 차이로 인한 갈등이 발생한다. 결국 이곳엔 사과만 남게 된다.
한편 불임클리닉의 연구실엔 김과 윤이 있다. 임신하기 위해 하루종일 일하면서 생명에 대해서는 회의감을 갖고 산다. 남동생에게 성폭행을 당하며 산 김은 라디오에서 누군가의 부고를 들으며 위안을 받는다. 어느날 남동생의 죽음으로 김의 성격이 점점 변해가고 이와 달리 윤은 점점 염세적이 된다. 동료 강의 자살에 죄책감을 느끼고 창문 없는 연구실에 갑갑함을 토로한다. 새로운 세기를 앞두고 윤 역시 죽음을 택하고 연구실엔 김만 남는다. 이후 김과 사과가 만난다.
출산을 강요하는 시대에 진정 그것이 누구를 위한 출산인지 연극 '그들이 허락하지 않는 아이'는 묻는다. '그들'은 신일 수도 있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일 수도 있다. 출산에 대해 일방적으로 선택권을 갖고 있다는 것, 그러면서도 난임이나 불임은 선택받지 못한 것 또는 장애로 느끼는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 김봉출은 누가 죽였나=강력계 고 형사는 베트남 며느리가 시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을 배당받는다. 시아버지 김봉출은 베트남전 참전 용사로 공산세력과 맞섰다는 자긍심을 갖고 산다. 그런 역사를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 그러듯 그도 반공주의자로 살았다. 봉출은 결혼해 가정을 꾸리지만 고엽제 후유증인지 어렵게 얻은 아들 청룡이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아내를 먼저 잃은 봉출은 자신의 사후에 아들 청룡이 걱정돼 사채를 쓰면서까지 베트남 여인 레 티 응옥을 며느리로 맞이한다.
청룡의 보잘 것 없는 조건으로 어쩔 수 없이 며느리로 맞이했지만 봉출은 응옥이 탐탁지 않다. 베트콩의 후예라 업신여기며 트집 잡고 냉대하던 둘의 관계는 냉랭해져 간다. 설상가상 사채업자의 빛독촉으로 봉출의 삶은 더욱 어려워져 간다.
신념의 특성은 방향 전환이 어렵다는 것이다. 자신의 前 과정을 부정하고 반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념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렇다. 자칫 바꾸려 무리하다가는 모든 것이 혼돈에 빠지기 십상이다. 현재 내가 신봉하는 그 신념이라는 것이 과연 논리와 합리에 기초한 믿음인 것일까, 아니면 스스로의 행위를 합리화하기 위한 자기 최면일까? 연극 '김봉출은 누가 죽였을까'는 우리 '안'에 존재하는 맹목과 맹신, 그로 인한 상처를 연극으로 말하고 있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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