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지금, 주인 없는 헤진 신발마냥
내가 빈 벌판을 헤맬 때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눈 덮인 꿈 속을 떠돌던
몇 세기 전의 겨울을.
최승자 시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중에서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했던가. 서울의 초침은 더 빨리 가는 듯하다. 하늘을 가리는 빌딩 숲과 빼곡한 간판, 그리고 앞만 보고 걷는 사람들. 서울에 갈 때마다 느끼지만 무엇이 그리 바쁜 건지 거리나 지하철에선 '사람냄새'가 나지 않는다. 1000만여 명의 시민을 보유한 대한민국 수도, 그 화려한 이면에 한국의 역사와 아름다움에 발길이 멈추는 곳이 있다. 그림으로 물든 벽화마을과 시간이 멈춘 듯한 한옥마을. 도심 한복판 숨 막히는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건 어떨까.
골목골목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곳곳에 있는 다양한 주제의 공방과 박물관 등을 찾을 수 있다. 고즈넉한 한옥과 저 멀리 보이는 쭉 뻗은 빌딩 숲이 한 폭의 사진에 모두 담긴다. 사실 반나절만으로는 모자랄 정도로 한옥마을의 규모가 크니 자세히 둘러보려면 1박2일 이상 일정을 잡고와도 무방하다. 시간에 쫓겨 뭐든 '빨리빨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이들에게 작은 쉼표를 찍어주는 서울. 돈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려 아등바등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일침을 가하듯 차근차근 쌓아올린 기와지붕이 묵묵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화동 마을 박물관=서울역에서 4호선 당고개행 열차를 타고 혜화역에서 하차해 2번 출구에서 나온 뒤 마로니에 공원으로 나오면 이화 벽화마을로 가는 표지판이 보인다. 약 10분쯤 걸어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약 12~15분 정도 소요된다.
북촌 한옥마을=서울역에서 4호선 당고개행 열차를 타고 충무로역에서 내려 구파발·대화행 열차로 환승한 뒤 안국역에서 내린다. 2, 3번 출구로 나온다. 약 15~20분 소요된다. 북촌문화센터에 들리면 마을이 한눈에 보이는 팸플릿을 얻을 수 있다.
글·사진=박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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