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사업을 하는 A 씨(37)는 최근 5년간의 매출액에 대해 세무조사 통보를 받게 됐다. 그는 가까운 지인의 제보로 세무 조사를 받게 됐다고 의심하며 부모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음해하려 한다고 생각하는 등 불안 증상에 시달려왔다.
그러던 중 아내 B씨(35)는 남편에게 정신과 치료를 권유했고, 지난해 9월2일 매형과 장모 등과 함께 정신과 의원에 방문했다. 진료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병원측에서 신분증 제시 요구와 거주지 확인 등을 하는 것을 보고 자신을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한다고 의심하며 병원에서 도주해 자신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주도한 사람이 아내라는 생각에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도주한 당일 집으로 돌아와 거실에서 아내를 흉기로 찌르고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송경호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10년형을 선고했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당일 오전에 병원에 가기 전 식탁 위에 정신분열증 관련 책이 펼쳐져 있는 것을 생각해보니 아내가 나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어 살해할 마음을 먹고 집에 들어간 것”이라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흉기로 아내를 찌른 후 쓰러진 아내의 등에 업혀있던 어린 자녀가 울자 자녀를 안방에 데려다 놓고 재차 아내의 목을 조르는 행위를 했다”며 “이는 순간적인 감정에 우발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남편의 정신병을 치료하기 위해 애쓰던 피해자는 아무런 영문도 모른채 그 자리에서 사망했고 어린 자녀는 어머니를 잃은 슬픔과 고통 속에서 자랄 수 밖에 없다. 다만 범행 이후 경찰에 전화를 걸어 자수한 점과 유족에게 위로금 명목으로 11억여원을 지급하고 합의한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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