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중부경찰서는 취업과 실직을 한 적이 없으면서도 서류를 꾸며 실업급여를 부정으로 받은 수급자와 이들과 업체를 연결해준 브로커 등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중부경찰서 회의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박기천 수사과장이 사건 개요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 |
취업은 물론 실직도 한 적이 없는데도 서류를 위조해 실업급여를 받은 부정 수급자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이들과 업체를 연결해준 브로커와 일한 것처럼 서류를 꾸민 업체 관리인도 함께 적발됐다.
대전 중부경찰서는 17일 허위 근로자를 모집해 실업급여를 받게 해 준 브로커 3명과 실업급여를 탄 부정 수급자 33명, 허위서류를 만든 건설업체 현장소장 3명 등을 고용보험법 위반·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이를 묵인한 건설업체 13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강모(32)씨 등 브로커들은 지인들에게 “일을 하지 않아도 서류를 꾸며 고용노동청에 제출한 뒤 근로경력이 쌓이면 나중에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꼬드겼다. 이들은 미장원과 음식점 등을 돌며 가정주부들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주부들은 브로커들의 유혹에 넘어가 자신들의 개인정보를 건네줬다. 전체 부정 수급자 33명 중 18명이 주부였다.
브로커들은 주부들로부터 받은 개인정보를 다시 건설업체 현장소장·대표들에게 넘겨줬다. 현장소장과 대표는 넘겨받은 개인정보를 이용해 일용직 근로자로 근무한 것처럼 인사·노무자료를 허위로 작성한 후 관할 지방 고용노동청에 신고했다.
이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이 오면 허위로 등록한 근로자들을 퇴사 처리해 실업급여를 지급받도록 했다. 일도 하지 않고 퇴사도 당하지 않은 유령 근로자에게 실업급여가 지급된 셈이다.
부정 수급한 실업급여는 2010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2억2800만원(172회)에 이른다. 1인당 적게는 300만원, 많게는 900만원까지 실업급여를 받았다.
브로커와 업체 현장소장 등은 고용노동부가 건설 현장을 찾아다니며 허위 근로자들의 근무현황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노렸다. 건설업체들은 인건비 지급에 따른 인적 세금공제를 받을 수 있어 이같은 행위가 범죄인 것을 알면서도 묵인했다. 브로커들은 과거 건설 현장에서 인사·노무나 경리 경험이 있는 자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관련계좌 압수수색과 분석을 통해 부정수급 금액을 특정한 뒤 고용노동청에 통보해 3억5000만원을 환수 조치했다. 박기천 중부서 수사과장은 “브로커들이 부정수급자나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챙겼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국가재정 건전화와 취업촉진 기능 정상화라는 실업급여 본연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계속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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