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의 눈에 전지현의 코, 고준희의 턱선으로 얼굴을 바꾸면 정말 모두 미인이 될까?
아니다. 오히려 결과는 '성괴(성형 괴물의 줄임말)'다.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연예인을 쫓아 얼굴을 고치다 보니, 강남역 근처에 가면 지나가는 여성들의 얼굴이 비슷하다는 우스갯소리가 현실이 되었다. 환자들이 원하는 대로 도와준 의사들의 책임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성형에 대한 올바른 인식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예전부터 잘생긴 미남, 미녀를 가리켜 '얼굴에 흠잡을 곳이 없다'고 했다. 기막히게 정확한 표현이다. 실제로 얼굴에 흠이 많으면 못 생겨 보인다. 눈이 작고 옆으로 찢어져 있거나, 마귀할멈 같은 매부리코를 가지고 있다면 얼굴에 흠이 된다. 콧구멍 속이 환희 들여다보이게 들창코도, 반듯해야 할 코가 좌우로 휘어 있는 것도 흠이다. 그리고 이러한 흠이 여러 개가 쌓이면 못생겼다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올바른 성형이란 이러한 흠을 얼굴에서 지우는 수술을 뜻한다.
의사 입장에서 보자면, 사실 흠만 따로 지우는 수술이 오히려 더 어렵다. 코성형을 예로 들자면, 수술 전에 김태희 코 라인으로 미리 재단해놓은 실리콘을 슬쩍 넣고 나오는 수술이 쉽지 튀어나온 부분은 깎고, 들어간 부위는 채우며, 휜 부위는 바로 펴는 수술은 시간과 노력이 배로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기둥(비중격)부터 바로 세워야 올바른 코성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비중격의 편위는 코막힘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휜 코의 원인이기도 하다.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있는 피사의 사탑에 반듯해 보이는 지붕을 올리는 것과 기운 탑부터 바로잡고 그 위에 제대로 지붕을 올리는 것. 과연 어떤 게 올바른 방식일까. 공사 직후에야 기운 탑에도 바로 세운 듯 보이는 지붕을 올릴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탑에 올린 지붕도 결국 탑을 따라 기울기 십상이다.
사람 코도 마찬가지다. 휜 비중격을 그대로 놔둔 채 보형물을 얹으면, 수술 직후에는 별문제가 없어 보이다가도 시간이 지나면서 보형물이 다시 옆으로 기우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이비인후과 의사들은 코성형에 있어 비중격의 편위를 교정하는 것이 필히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중격이 바로 펴지면, 코로 숨쉬기도 한결 편해진다. 한쪽 코안으로 돌출되어 숨길을 막고 있던 비중격을 펴줬으니, 코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비강 호흡이 개선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수술을 코의 기능과 함께 바깥 코의 모양을 바로 잡는다는 의미로 '기능적 코성형'이라 부른다. 국내 성형시장의 비약적인 성장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중에서도 코성형은 남성에서는 안면성형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여성에서도 안성형 다음으로 자주 행해진다. 성형에 대한 관심을 외모지상주의가 팽배했다며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지만, 본인의 콤플렉스였던 외모의 일부를 고치고 자신감을 얻어 밝은 표정으로 진료실을 나가는 환자의 뒷모습을 봤다면 성형의 긍정적인 효과 또한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환자는 자신의 얼굴을 잃지 않는 선에서 목표를 정하고, 의사 또한 단기적인 효과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수술을 하는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었으면 한다.
대한비과학회 홍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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