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 중력파 입증…'인터스텔라' 현실로?

  • 경제/과학
  • 대덕특구

아인슈타인 중력파 입증…'인터스텔라' 현실로?

상대성이론 예측 후 101년만에 성공…美 레이저간섭계 중력파 관측소 발표 영화 '인터스텔라' 자문 킵 손 교수 등 참여 노벨상 후보로 가장 유력 전망도

  • 승인 2016-02-14 13:35
  • 신문게재 2016-02-15 13면
  • 최소망 기자최소망 기자
▲ 아인슈타인 중력파
▲ 아인슈타인 중력파
잔잔한 호수에 떠 있던 배가 갑자기 이동하면 물결이 일어나는 것처럼 질량을 가진 물체가 가속운동을 하면 시공간이 일렁여 파동이 생기는 것을 '중력파'라고 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101년 전인 1915년에 중력파를 이론으로 예측했다. 그럼에도, 중력파는 그 세기가 매우 미약해 직접 검출이 어려웠다. 최근 미국 국립과학재단은 레이저간섭계 중력파관측소(LIGO·라이고)를 활용해 중력파를 검출했다고 발표했다. 세계 각국의 연구진들의 갖은 노력 끝에 최근 중력파 직접 검출이 이뤄졌다. 지금까지 중력파의 간접 증거가 발견된 적은 있었으나 직접 관측사례는 처음인 만큼 금세기 최고의 과학적 발견이라 불리고 있다.

▲'중력파(重力波)'란?= 중력파는 별의 폭발, 블랙홀 생성 등 우주에 초대형 사건이 발생할 때 중력 에너지가 물결처럼 퍼져 나가는 것이다. 강력한 중력파가 지나가는 곳에서는 일시적으로 시간 흐름이나 물체 위치가 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아인슈타인이 1915~1916년 발표한 일반상대성이론 논문 4편에서 언급됐다. 아인슈타인은 이 논문에서 우주를 시간과 공간이라는 실로 짠 천에 비유해 천에 볼링공을 떨어뜨리면 움푹 꺼지는 것처럼 천체가 격렬하게 활동하면 시공간도 뒤틀린다고 주장했다.

▲중력파 관측 역사=처음 중력파 직접 검출에 도전한 사람은 미국 메릴랜드대의 조셉 웨버 교수로 알려졌다. 웨버 교수는 '웨버 바'라고 이름 붙인 막대 검출기를 독자적으로 만들어 실험에 임했다. 그러나 웨버 교수는 실패를 맛봐야만 했다. 1980년대에 라이너 와이스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 캘리포니아공과대(칼텍)의 킵 손 명예교수와 로널드 드레버 명예교수에 의해 중력파를 검출하는 수단으로 레이저간섭계 중력파관측소(LIGO·라이고)가 처음 제안됐다. 2년 전에는 미국 과학자들이 남극 전파 망원경으로 3년을 추적한 끝에 중력파를 찾았다고 발표했다. 당시에는 금세기 최고 발견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그러나 불과 열흘 뒤 관측 결과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몇 달을 재검증했지만, 발표는 취소됐다. 중력파라고 믿었던 것은 우주먼지가 만든 잡음이었다.

▲레이저간섭계 중력파관측소(LIGO·라이고) 중력파 검출 원리=중력파는 상하좌우로 진동하는 플러스편광과 45° 기울어진 채 진동하는 크로스 편광이 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과 워싱턴주 핸포드에 설치된 LIGO에는 4㎞ 진공터널이 기역(ㄱ)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터널 양끝에는 거울이 있고 그 사이로 레이저를 쏜다. 만약 중력파가 터널을 지나가면 거울이 미세하게 움직이면서 레이저에 패턴(무늬)이 생긴다. 출렁이는 폭은 원자 하나 크기 정도로 이를 관찰하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를 처음 낸 사람은 영화 '인터스텔라'의 물리학 이론을 감수(監修)했던 킵 손 캘리포니아공대(칼텍) 교수다. 이 교수가 노벨 물리학상에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번 연구의 발표 내용=이번에 감지된 중력파는 태양 질량의 29배(오차 범위 25~33배)와 36배(오차 범위 32~41배)인 블랙홀 두 개로 이뤄진 쌍성이 지구로부터 13억 광년(오차 범위 7억5000~19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충돌해 합해지는 과정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 중력파는 두 블랙홀이 서로 중력파를 내면서 점차 접근해 충돌하기 직전 약 0.15초간 방출됐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충돌한 두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62배인 하나의 블랙홀로 변했다. 이 과정에서 태양의 3배에 해당하는 막대한 질량이 중력파 에너지로 빠져나가 소멸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잡음에 의해 우연히 이런 가짜 신호가 잡힐 확률은 500만분의 1 이하로 관측의 통계적 신뢰도는 5.1 시그마(σ) 이상이다.

라이고 연구진은 레이저를 서로 수직인 두 방향으로 분리시켜 보낸 후 반사된 빛을 다시 합성해 경로 변화를 측정해 시공간의 뒤틀림을 측정했다. 동시에 약 3000km 떨어진 미국 루이지애나 주 리빙스턴과 워싱턴 주 핸퍼드에서 두 개의 검출기를 동시에 가동해 가짜 신호와 진짜 신호를 구분해 미세한 시차를 통한 파원의 방향을 추정했다. 이번 라이고 팀의 연구는 최초로 중력파를 직접 검출과 함께 최초로 블랙홀 두 개로 이뤄진 쌍성계의 존재를 확인, 블랙홀의 충돌과 합병 과정을 기록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라이고 연구팀은 1차 관측을 시작한 작년 9월 12일부터 약 16일간 가동 기간에 수집한 자료로 이를 발견했다. 연구팀이 중력파를 검출한 시간은 작년 9월 14일 미국 동부일광시간(EDT) 오전 5시 51분, 국제표준시로는 오전 9시 51분, 한국시각으로는 9월 14일 오후 6시 51분이었다.

▲앞으로의 연구=중력파를 관측하게 돼 우주를 보는 인류의 시야가 획기적으로 넓어지게 됐다. 우리가 우주에서 보는 빛은 빅뱅 후 약 38만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이보다 앞선 우주의 모습은 광학망원경이나 전파망원경으로는 절대 볼 수 없다. 그러나 중력파는 빅뱅 직후부터 존재했기 때문에 초기 우주의 모습을 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빛을 이용해 관측할 수 없던 블랙홀도 중력파를 이용하면 그 존재를 볼 수 있다.

즉, 이번 중력파 관측 성공으로 138억 년 전 빅뱅 이후 우주가 급격히 팽창하면서 생긴 초신성 폭발, 블랙홀 생성, 중성자별의 병합 등 그동안 천체망원경이나 전파망원경으로 볼 수 없었던 현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올해 가장 유력한 노벨상 후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소망 기자 somangchoi@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내방] 구연희 세종시교육청 부교육감
  2.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026년 장애예술 활성화 지원사업 공모 접수 시작
  3.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4. 재난위기가정 새출발… 희망브리지 전남 고흥에 첫 '세이프티하우스' 완공
  5. 수능 앞 간절한 기도
  1. [한 장, 두 장 그리고 성장] 책을 읽으며 사람을 잇고 미래를 열다
  2. 고물가에 대전권 대학 학식 가격도 인상 움직임…학생 식비부담 커질라
  3. 대전 2026학년도 수능 응시자 1만 6131명… 교육청 "수험생 유의사항 필독해야"
  4.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5. 충남 청년농 전용 '임대형 스마트팜' 첫 오픈… "돈 되는 농업·농촌으로 구조 바꿀 것"

헤드라인 뉴스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에서도 태평양전쟁을 겪은 세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80년이 지났고, 전쟁의 참상과 평화를 교육할 수 있는 수단은 이제 전쟁유적뿐이죠. 그래서 보문산 지하호가 일본군 총사령부의 것이었는지 규명하는 게 중요합니다."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후쿠오카 시즈야(48) 서울지국장은 5일 대전 중구 보문산에 있는 동굴형 수족관 대전아쿠아리움을 찾아왔다. 그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올해만 벌써 두 번째로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의 종결을 앞두고 용산에 있던 일본군 총사령부를 대전에 있는 공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지하호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올해 고1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고교학점제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 첫 학기를 경험한 응답자 중 10명 중 8명 이상이 '제도를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학생들은 진로 탐색보다 대학입시 유불리를 기준으로 과목을 선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로학원은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고1 학생과 학부모 47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5.5%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6일 밝혔다. 반면 '만족한다'는 응답은 4.3%, '매우 만족한다'는..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이 개장 한 달여 만에 누적 방문객 22만 명을 돌파하며 지역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6일 대전시에 따르면 갑천생태호수공원은 9월 말 임시 개장 이후 하루 평균 7000명, 주말에는 최대 2만 명까지 방문하는 추세다. 전체 방문객 중 약 70%가 가족·연인 단위 방문객으로, 주말 나들이, 산책과 사진 촬영, 야간경관 감상의 목적으로 공원을 찾았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에는 10일간 12만 명이 방문해 주차장 만차와 진입로 혼잡이 이어졌으며, 연휴 마지막 날에는 1km 이상 차량 정체가 발생할 정도로 시민들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 수능 앞 간절한 기도 수능 앞 간절한 기도

  •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