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에 눈길이 고정된다. 왜일까?
그건 어느 날 문득 내가 혼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나이가 들면서 점점 선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단 나만 이런 생각이 들지는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단출한 현대인들의 삶은 알게 모르게 외롭다. 이 책은 이런 나의 생각에 명쾌한 답을 준 책이다.
이야기는 미국 로체스터 외곽의 상류층 동네 산드링험로드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시작된다. 이 마을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성공한 전문직들과 사업가들이 거주하는 동네다. 그러나 왠지 스산한 느낌의 이 마을은 도로며 집들은 남부럽지 않게 잘 정비되어 있고 주위 경관 역시 훌륭하지만 전혀 사람 냄새가 나지 않은 동네다. 불과 36가구가 거주하는 조그만 마을임에도 불구하고 옆집에 누가 사는지조차 관심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동네에 사는 한 남자가 아내를 총으로 쏘고 자살한 사건이 일어난다. 그러자 충격을 받은 글쓴이 피터 로벤하임은 이웃 사람들과 교류를 결심하게 되고 '이웃집에서 하룻밤 보내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글쓴이는 숨진 르난이 만약 이웃에게 도움을 청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르난이 이웃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이유가 어디 있을까? 를 묻고 있다. 글쓴이가 이웃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총격 사건을 계기로 이웃들이 어떤 사람인지, 왜 서로 잘 알지 못하고 지내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이웃들이 보여 준 관심과 도움은 겉으로 드러난 것과 다르게 이웃들은 서로 관심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마을 사람들 중 옆집 드헤이븐 부부는 르난의 아이들을 보살피고, 르난 부모에게 잠자리를 제공했다. 길 건너편에 사는 에링턴 부부는 자신들의 집에서 르난의 남동생 부부들이 지내게 해 주었고, 주민 협회에서 활동하는 한 여자는 자원봉사자들을 이끌고 르난의 가족들을 위한 식사준비를 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처음부터 이웃에 무관심하지 않았다. 단지 이웃과 대화하지 않고 지냈을 뿐이다. 하지만 글쓴이의 노력으로 대화의 물꼬가 트이자 소통은 시작되었다. 이웃 간의 벽을 만든 것은 바로 소통의 부재였고 벽을 허문 것 또한 소통이었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하루하루 바쁘게 지내는 나나 내 이웃은 어떨까? 우리의 이웃들은 모두 서로에 대해 알고 싶어 하고, 이웃 공동체를 원하고 있을지 모른다. 누군가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종종 잊고 사는 것 같다. 옛말에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웃은 어려울 때 당장 손 내밀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다. 물질적으로 아무리 풍족해도 고독을 병적으로 앓거나 자신에게 생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줄 사람이 없다면 우리는 행복할 수 없다.
물질적 풍요와 함께 사회적 자본도 풍부해져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르난과 밥은 사실상 이웃과의 사회적 연결망이 전혀 없었다. 산드링험로드에 사는 누구도 둘의 결혼이 '썩어 문드러지고 제 길을 한참이나 벗어났다'는 사실을 눈치 챌 만큼 그들을 잘 알지 못했다. 누구도 르난 부부의 집 앞에 경찰차가 온 것을 알지 못했으며 설혹 봤다 한들 어찌된 일이냐고, 괜찮냐고 묻기 위해 르난에게 들르지 않았다. 르난은 이웃에 사는 누구에게도 전화 할 수 없었고 도망칠 곳 또한 없었다. 그녀가 테니스클럽과 직장에서 쌓았을 사회적 자본은 위기의 순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산드링험로드 사람들은 비교적 부유하고 일을 해 주는 사람도 있어 금융 자본과 인적 자본은 풍부했지만, 이웃과의 소통 부재로 고독하게 살고 있었다. 그들은 겉으로 보기엔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듯하나 사회적 자본 수준은 낮았던 것이다.
풍부한 사회적 자본은 앞을 내다보는, 말하자면 예방적 기능을 수행하고 비극을 막는 데 도움을 주지만, 빈약한 사회적 자본은 일이 벌어진 후에야 반응하고 대처한다고 한다. 그것도 비극에 대해서만….
현대인들은 '자본'하면 돈이라는 금융자본과 이해관계에 따른 인적 자본을 먼저 떠올린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변 사람들과의 접촉 온도가 높아야 하는 사회적 자본임을 알아야 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도시에 사는 나에게 또 내 이웃에게 도시의 삭막한 삶에도 온기가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싶다. 그리고 이것의 키워드는 바로 가까이 살고 있는 우리의 이웃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의 도움이 오는 곳은 바로 나와 늘 마주하는 앞집, 뒷집, 윗집, 아랫집이 아닐까?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스치는 이 계절에 이웃과의 따뜻한 교류는 일상을 행복으로 이끄는 일이다.
이선자·갈마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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