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흙 위에 피운 붉은 열정. 대한민국 제1호 문화예술광산인 삼탄아트마인은 빌리 엘리어트를 떠올리게 했다. 수십년간 가족을 위해 헌신한 아버지들의 땀자국 위에, 수집가가 전 세계에서 모은 10만여점의 미술품, 아티스트들이 피어올린 예술의 꽃이 어우러져 있다.
삼탄아트마인은 1964년부터 운영됐던 삼광탄좌 정암공업소 시설이었다. 전성기 수천만t의 무연탄을 생산하며 1960~1970년대 경제발전에 큰 힘이 됐던 공업소는 2001년 문을 닫은 뒤 2013년 정부의 '폐광지역 복원사업' 계획과 전시연출과 고 김민석 대표의 협업으로 부활했다. 아트센터로 문 연 그 해 공공디자인 대상을 수상하고 2년만인 2015년에는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됐다.
레스토랑 앞은 기억의 정원이다. 유럽의 온실 같은 프러포즈 카페, 런던의 2층 버스를 닮은 키즈카페, 지하에서 석탄을 끌어 올리던 권양기가 보이는 곳이다. 한 켠에 세워진 녹슨 철판은 곡괭이를 든 광부의 실루엣으로 뻥 뚫려있는데. 1974년 갱도 내 출수사고로 사망한 광부 26명의 넋을 기리는 '석탄을 캐는 광부' 추모탑이다. 우연인지 각도를 맞춰 바라보면 광부의 몸 안 전체가 권양기로 꽉 찬다. 맑은 날이면 저 녹슨 몸도 땅 아래 기억 대신 하늘을 품고 위로 받을까. 속이 빈 광부의 모습은 그 몸을 통과할 바람만큼 외로워 보였다.
광부가 아닌 이들의 손을 빌려 태어난 작품은 다른 색이다. 레일 위에 놓여진 붉은 꽃 조형물 세 송이가 유난히 생생한데, 퍼포먼스 아티스트 신용구 작가가 광부들의 열정과 삶의 희망을 상징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작품이다.
아트센터 본관으로 연결되는 통로를 따라 올라오면 예술가들의 창작스튜디오, 세계의 마차, 풍금체험 등 다양한 전시실이 줄지어 있다. 안전모에 달린 전등을 충전하던 캡 램프실, 장화를 씻던 세화장, 이력서와 월급명세서 등 온갖 서류를 차곡차곡 쌓은 방도 갤러리다. 작업복을 빨던 세탁기에선 사람 모양을 한 옷이 뛰쳐나와 날아갈 듯 하고, 검은 때를 벗겨냈을 샤워실에는 거품 속에서 태어난 비너스 조각들이 대신 서 있다. 땀과 기름으로 얼룩진 공간들이 작품이 되어 빛났다.
▲가는길=터미널·역에서 만항방면 시내버스를 타고 15분 정도 달려 못골찜질방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승용차로는 단양방향 38번 국도와 414지방도를 타는 걸 추천한다.
글·사진=박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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