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귀포자…“고향가느니 알바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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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귀포자…“고향가느니 알바 할래”

“명절은 쉬는 날” 인식 강해져 젊은층 취업 공부에 배낭여행… 친척 잔소리·비교 스트레스에 고향 안가려 '단기 알바' 자청도

  • 승인 2016-02-10 16:53
  • 신문게재 2016-02-11 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민족 대명절 설 풍경이 변하고 있다. 명절이 일가친척이 한 자리에 모두 모여 정을 나누는 날이라기 보단 휴식을 취하거나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연휴로 여기는 인식이 퍼지면서다. 또 취업준비생, 결혼적령기의 젊은이들 중 스트레스 때문에 가족 찾기를 포기하는 '귀포자'까지 늘면서 명절 풍속도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정모(29)씨는 닷새간의 설 연휴기간을 학원과 독서실에서 보냈다. 필기시험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데다 취업, 결혼 등을 꼬치꼬치 묻는 친척들의 관심을 피하기 위해서다. 정씨는 '명절은 가족과 함께'라는 생각을 가진 부모님을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지만 시험공부를 이유로 들어 겨우 설득할 수 있었다.

정씨는 “가족을 중시하는 부모님 때문에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고향에 가지 않은 적이 없지만 이번 설에는 시험공부도 해야 하고 어른들의 지나친 관심과 참견도 피하고 싶어 집에 남기로 결정했다”며 “친척들을 보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명절 스트레스도 없고 혼자 조용히 연휴를 즐길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허모(25·여)씨는 설 연휴 동안 대형마트에서 단기 아르바이트를 했다. 고향에 내려가 친척들의 학업, 취업 등의 이야기로 스트레스 받을 게 아니라 돈이라도 벌자는 판단에서다. 허씨는 명절 피신 알바에 나선 셈이다.

허씨는 “비슷한 나이대의 사촌들이 있는데 한명은 대기업에 취업했고, 다른 한명은 대학원에 진학하는 등 나와 비교될 게 뻔해 아예 마트 판매 아르바이트 지원을 했다”며 “몸이야 힘들지만 정신적인 압박이나 스트레스도 받지 않으면서 용돈도 벌 수 있어 좋았다”고 고백했다.

최근 지역 금융권에 취업한 이모(26)씨는 설 연휴에 2박3일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이번 설이 더 바빠지기 전에 나 홀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출발 전 부모님과 친척들에게 전화로 명절인사를 대신했고 여행하는 동안 찍은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전송하기도 했다.

이씨는 “새로운 회사에 적응도 해야 하고 앞으로 업무도 많아질 것 같아 설 연휴를 이용해 그동안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배낭여행을 떠났다”며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지만 나만의 시간을 활용하고 싶다는 저의 생각을 이해해 주셨고 기억나는 게 많이 남는 여행이었다”고 설명했다.

명절에 대학 도서관이나 카페로 피신하는 귀포자들도 적지 않았다.

중리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모(31)씨는 “집이 큰집이다 보니 연휴 시작부터 많은 친척들이 찾아와 집에서 편히 쉴 수가 없어 책과 노트북을 가지고 주변 카페로 피신했다”며 “어른들은 볼 때마다 결혼 얘기를 쏟아내시고 어린 조카들은 놀아달라고 떼쓰니 명절에 더 피로감이 쌓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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