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이 이용하는 도서관 서적을 개인의 것처럼 마구 이용해 나머지 이용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
#2. 은퇴 전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했던 홍승욱(66)씨는 최근엔 영어와 고전을 접목해 가르치기 위해 고전교육사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 자주 한밭도서관에서 고전서적을 보는 홍씨는 책에 그어진 밑줄 때문에 불쾌한 적이 여러 번이다. 홍씨는 언제부턴가 웬만한 책을 사서 읽기로 했다.
대전시민 모두가 읽는 도서관 책을 자신의 책처럼 사용하는 일부 이용자 때문에 애꿎은 이용자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4일 오전 대전 중구 한밭도서관 3층 제2자료실 '참고ㆍ학습자료실'에 있는 책 중엔 이용자가 필기한 흔적이 적지 않게 발견됐다.
토익 관련 서적에는 정답을 연필과 펜으로 표시해놓고 채점까지 했다. 모르는 단어를 적어놓고 문장 중간에 빗금을 치거나 중요한 것을 표시하는 등의 흔적도 여러 권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한국사 관련 서적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암기한 것을 써놓고 특정 단어에 동그라미와 세모를 쳤다. 각종 기능 자격증 서적도 상황은 비슷했다. 특히 제2자료실 내 서적은 자료실 내에서만 보는데도 훼손 정도가 심해 직원들의 관리감독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이용자 임 모(23)씨는 “자료실 안내데스크에 직원이 있는데도 버젓이 책에 필기하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며 “직원들도 도서 훼손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삼진아웃 같은 제도를 두거나 책값을 변상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서관 측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지만'시민 의식 향상'을 기대하는 것 말고는 마땅한 계획이 없는 상태다.
한밭도서관 관계자는 “어떤 이용자가 낙서를 안했다고 잡아떼면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도서관에 책이 많다보니 대출과 반납 때 일일이 확인하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