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윷놀이 재미에 흠뻑~ 한국 국적을 취득한 후 처음 설 명절을 맞이하는 나탈리아 씨가 4일 자신의 근무처인 선병원에서 직원들과 함께 윷놀이를 하며 전통문화를 배우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저는 대덕구 신탄진에 살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카자코바 나탈리아(40)입니다. 벌써 한국사람과 결혼한지 10년이 됐네요. 저도 한국 주부와 같이 명절이 온다니까 걱정부터 앞섭니다.
많은 양의 전도 부쳐야 하고 이것저것 살것도 많네요. 차례도 지내야 하니까 준비할 것도 많고요. 한국주부 다 됐죠?
10년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남편을 만났을 때 한국이라는 나라는 생소했습니다. 병원에서 간호사 일을 하며 러시아에 파견온 남편을 만나게 됐어요. 우리 남편은 너무 자상했고 멋진 사람이었습니다.
친구 한명 친족 한명 없는 한국에 시집오게 된 것은 순전히 자상하고 멋진 남편 때문이었습니다.
남편을 따라 남편의 고향인 대전에 정착해 살게 됐어요. 처음에는 음식도 낯설고 주변도 낯설었어요.
무섭고 두려운 마음 뿐이었죠. 파란 눈을 가진 외국인을 바라보며 수근거리는 것도 낯선 눈빛도 '난 이방인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이나 러시아에는 명절이 없어요. 명절이라고 하기는 그렇고 크리스마스나 새해에 가족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하고 춤도 추고 파티를 벌이기는 하죠.
모든 것이 신기했습니다. 명절이면 며칠 전부터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준비하고 어른들에게 세배도 하고 며칠씩 연휴를 보내는 것도 낯설었어요.
무엇보다 지금도 이해가 안가는게 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가족이 모이면 식구들이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 먹거든요. 하지만 한국은 가족들이 아무도 먹지않는 전을 부치고, 어디에 써야할지 알 수 없는 대추 등을 차례상에 꼭 올려야 하잖아요. 몇달을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버리는 것도 낭비인것 같고요. 사실 전통이라고 하지만 이런 문화는 이해가 가지 않아요.
하지만 바빠서 평소에는 얼굴도 보기 힘든 가족들이 한데 모여서 대화도 하고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문화는 부러워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세뱃돈을 주는 문화도 생소하지만 보기 좋아요.
올해는 저에게 정말 의미있는 명절이 될 것 같아요. 10년만에 한국인이 됐거든요. 1월 드디어 국적을 취득했습니다. 애국가를 잘 못부른다고 세번이나 다시 불렀지만, 주민등록증을 받았더니 감회가 남다르네요. 한국인으로 맞는 첫번째 명절이 되겠네요. 이번 명절에는 가족들과 영화도 보고 쇼핑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 합니다. 저도 일하는 워킹맘이다 보니 명절이 힘들고 걱정됩니다. 파란눈의 외국인이지만 한국인 며느리 응원해 주실거죠? 우리나라 주부들 모두 파이팅 입니다.
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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