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이완구 전 총리, 정우택·윤상현 의원, 정운찬 전 총리, 안희정 충남지사 등 6명의 잠룡이 이번 총선을 고리로 내년 19대 대선 '공간'을 찾고 있다. 이들은 4월 총선에 전력을 기울여 각자 소속 정당에서 '공'을 세워 자신들의 입지를 다지려 하는 모양새다.
청양 출신인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24일 충청포럼 회장에 오르면 대권 잠룡으로 급부상했다.
윤 의원은 3선 고지에 오르는 게 더 급하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지지 세력을 전국 범위로 넓히며 친박계의 텃밭인 대구 경북(TK)과 결합을 염두에 둔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운찬 전 총리(당시 서울대 총장)는 더불어민주당의 러브콜에 응하지 않고 국민의당 쪽을 주시하고 있다. 안철수 대표의 삼고초려에 답을 미뤄 놓고 여론 추이, 특히 충청 민심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 정 전 총리측은 설 명절의 '밥상머리 민심'을 수렴한 뒤 이달 하순부터 '동반성장' 브랜드를 앞세운 공격적인 정치 마케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충청 토박이 대망론'의 주인공인 이완구 전 총리는 고(故) 성완종 회장 리스트 의혹과 관련, 지난달 29일 1심 선고에서 유죄를 받자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대망론에서 멀어지는 분위기지만, 상반기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2심 선고 결과에 따라 다시 '오뚝이'가 될지 주목된다.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청주 상당, 3선)은 대권 가도를 위해 선거컨설팅사와 손 잡고 다양한 기획을 하고 있다. 그는 대전 충청권의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꼬박 참석해 '정우택 라인'을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임기는 오는 12월 말이다. 김무성 대표와 반 총장간의 세력 싸움이 본격화될 시기다. 반 총장은 충청을 기반으로 한 표심이 상당하고 친박계의 지원이 있다면 단박에 '용'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물밑에서 내년 초 대권 프로젝트가 가동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에선 안희정 충남지사가 분투를 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자신들의 측근인 김종민 전 충남 정무부지사, 조승래 전 비서실장을 측면 지원하는 분위기다. 여의도 정치권에서 '안희정 브랜드' 띄우기 위함으로 읽힌다. 현재는 박수현 의원 정도가 안희정계로 분류되고 있다.
박태우 고려대 연구 교수(금산 출신)는 “충청 잠룡이 순항을 하기 위해선 이번 4월 총선 성적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특히 정운찬 전 총리의 선택지에 따라 충청 정계는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오주영 기자 ojy8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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