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병풍을 두르고 상을 편 뒤 지방(紙榜)이나 사진 등 신위(神位)를 모신다. 지방은 신주를 모시고 있지 않은 집안에서 차례나 제사에 조상을 모시기 위해 종이에 적는 것을 말한다. 명절 차례상에 올리는 지방은 폭 5~6cm, 길이 20~22cm 가량의 종이에 한자로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최근에는 한글로 적기도 한다.
지방에는 고인을 모신다는 뜻의 '나타날 현(顯)'자를 맨 위에 쓰고, 제사를 지내는 사람(제주)과의 관계, 조상의 직위, 이름을 적은 후 신위를 적는다.
이때 벼슬을 지내지 않았으면 남자 조상은 '학생(學生)', 여자 조상은 '유인(孺人)'이라고 적는다.
차례상은 5열로 차리며 열마다 홀수로 배열한다.
병풍기준 첫 번째 열에는 시접(수저), 잔반, 떡국 등을 놓는다. 메(밥)대신 떡국을 놓는 것이 설 차례상의 특징이다. 2열에는 어동육서(魚東肉西)로 어찬은 동쪽, 육찬은 서쪽에 위치한다. 국수, 전, 육적(고기 구운 것), 소적(채소 구운 것), 어적(생선 구운 것), 고물떡을 놓는다. 3열에는 고기, 채소, 생선을 끓인 육탕과 소탕, 어탕 순서로 탕류를 놓는다. 4열은 좌포우혜(左鮑右醯)로 왼쪽에 포(脯), 오른쪽에 식혜를 차린다. 마지막 5열에는 조율이시(棗栗梨枾)로 왼쪽부터 대추, 밤, 배, 곶감, 약과, 강정, 사과, 대추 순서로 놓는다. 붉은 과실은 동쪽, 흰 과실은 서쪽에 자리한다.
차례상 앞 바닥에는 향로를 피우고 술병과 잔을 놓는다. 그 옆이나 앞에는 모사그릇과 상에 올렸다 물린 술을 담는 퇴주그릇을 놓는다. 다만 차례상을 차릴 때 집안과 지방마다 다르게 지낸다. 경북의 경우 문어와 돔배기를 쓴다. 전라도는 홍어를 올리고 제주도에선 방어를 쓴다.
차례상을 다 차렸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차례 지내는 법도 절차가 있다. 우선 지방을 모시고 향탁 앞에 꿇어앉아 분향 재배한다. 집사 한 사람은 술병을 들고 주인의 우측에 서고 또 한 사람은 잔반을 들고 주인 좌측에 선다.
주인이 꿇어앉으면 이들도 꿇어 앉는다. 주인이 잔반을 받으면 우측집사가 술을 따른다. 주인이 세 번 부어 강신하고 빈 잔을 집사에게 주고 재배한다. 모두 서서 재배한 후 제주가 다시 술을 올린다. 떡국그릇 뚜껑을 열어놓고 시저를 꽂은 후 주인이 재배한다. 시저를 내리고 떡국그릇 뚜껑을 덮은 후 모두 재배하고 제주가 지방을 태운다. 제주가 먼저 음복한 뒤 모두 음복하면 상을 걷고 가족끼리 먹는다.
성소연 기자 daisy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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