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에서 배우로… 고아성 “진심담는 연기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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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에서 배우로… 고아성 “진심담는 연기하고파”

'오빠생각' 이한 감독과 두번째 호흡…고아원 아이들의 따뜻한 합창영화

  • 승인 2016-02-03 14:22
  • 신문게재 2016-02-04 13면
▲ 노컷뉴스/중도일보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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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년배 배우들 중에서 고아성<사진>의 필모그래피는 단연 눈에 띈다. 세 번의 칸 국제영화제 초청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봉준호 감독과의 작업까지. 고아성은 '아역'에 그칠 수 있는 역할들을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해 내며 한 사람의 배우로 찬사를 받았다.

그런 고아성에게도 정체기는 있었다. 드라마 '공부의 신'은 그간 개성있는 톤을 보여준 그의 연기와는 정반대 지점에 있었다. 얌전한 '모범생' 역할이었지만 고아성은 어디까지나 평범한 고등학생의 범주 안에서 연기해야 했다. 그는 드라마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하고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5년 뒤,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로 돌아왔을 때는 180도 달랐다. 임산부 연기까지 감내해야 했던 고아성은 완전히 성숙한 배우로 제 몫을 다했다. 어린 시절의 고아성이 다르게 반짝이기만 했다면 이제 그는 여러 배우들과 함께, 그러면서도 다르게 반짝이는 법을 배웠다.

연기 관련 학과를 가지 않아서일까. 유명한 연예인이고 규모가 큰 작품에도 많이 출연했지만 고아성에게서는 '연예인'보다는 '배우를 꿈꾸는 학생'과 같은 분위기가 흘렀다.

'오빠 생각'은 고아성이 '우아한 거짓말', '완득이'를 연출한 이한 감독과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그는 영화에서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긍정적으로 아이들을 사랑하는 고아원 선생님 주미 역을 맡았다. 직접 만나보니 이 역할은 고아성이 했던 역할 중에서 가장 그와 닮았다.

상상 그 이상의 것을 갖고 있는 배우, 고아성과의 일문일답.

-'오빠 생각'은 상당히 인간적인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지금까지 해 온 필모그래피와는 상당히 분위기가 다르다.

▲개인적으로 인간적인 영화가 고팠다. 시나리오를 볼 때 제 캐릭터를 많이 봤다. 다양하게 하고는 싶은데 자꾸 다양한 걸 쫓다 보니까 좀 더 독특한 것이나 새로운 것을 찾게 되더라. 영화 '오피스'에서 살인마 역할을 끝낸 후에는 '뭐가 더 새로울까' 싶었다. 정신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러던 중에 제가 너무 좋아하는 영화 '우아한 거짓말'의 이안 감독님과 다시 만나는 것이기도 하고, '홍일점'으로 남지 않을까 싶었는데 마냥 뻔한 캐릭터는 아니더라.

-영화를 보면 성인 배우들보다는 아이들이 중심이다. 조금 더 스스로를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을 것도 같은데.

▲아이들이 아픔을 이겨내고 합창하기까지의 과정이 중요한 영화다. 어른들의 이야기나 러브라인이 더 많아지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 초고에 있었던 에피소드 비중이 거의 그대로 영화에 반영됐다.

-이한 감독을 보면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오빠 생각' 등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이 중심인 영화를 많이 만든다. 두 번이나 함께 작업한 배우로서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지.

▲감독님이 아이들을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어떻게든 영화에 아이들이 들어가는 에피소드를 만들곤 했다. 감독님이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기 때문에 반가웠다. 감독님 영화가 겉으로 보면 굉장히 따뜻하고 예쁘지만 그 안에 날카로움이 있다. 제가 감독님을 좋아하는 이유가 그런 양면성 때문이다. '오빠 생각'도 따뜻한 합창 영화이지만 그 속에 슬픈 역사가 있다. 어린 순이가 부잣집 아들에게 희롱당하는 장면의 경우도 위험한 요소니까 많이 만류했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실제로 이런 일이 없었겠느냐며 꼭 넣어야 된다고 하더라. 그런 모습이 정말 멋있다.

-본인이 맡은 젊은 고아원 원장 박주미 역할은 가장 아이들과 많은 교감이 필요했을 것 같다. 실제로 아이들과 친해졌다고 들었는데 연기할 때도 도움이 많이 됐겠다.

▲이번 영화를 준비할 때 주미가 아이들을 대하는 진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거기에서 가짜로 하면 무조건 보인다. 실제로 아이들과 정서적인 교감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가까워지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3~4개월 전부터 실제로 교감을 느끼면서 많이 친해졌고, 정말 친구처럼 지냈다. 아역 배우들 중 몇 명은 다섯 작품이나 찍은 프로도 있더라. 제가 그 나이였을 때보다 훨씬 잘한다.

-예전에는 훨씬 연상인 남자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췄는데 최근엔 젊은 또래 남자 배우들과 함께 하고 있다. 확실히 느낌이 다른가?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이준과 연기할 때 80년대 생과 연기한다는 것이 새로웠다. 같은 세대니까 연기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공감대가 많다. 임시완과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끼리 재밌게 만들어 나가는 느낌이 강하다. 만날 때마다 술을 마셨던 것 같다. 제가 본 또래 중에서는 제일 잘 마시는 것 같다. 저는 많이 줄었다. (웃음)

-이전에 선택했던 작품들을 보면 굉장히 개성적인 역할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주목받는 등 다른 또래 배우들과는 차별되는 지점도 있는 것 같다.

▲항상 별 전략 없이 끌리는대로 작품을 해왔다. 내 경력에 어떤 의미가 될 지를 따지기 보다는 그냥 작품의 느낌이 좋으면 큰 역할과 작은 역할 상관없이 했다. 돌이켜보면 무의식 중에 어떤 의도가 있었을 수도 있겠다. (웃음) 관심이 있었다는 걸 나중에 깨닫게 된다. 다르고 독특한 역할이 연기하기가 재밌었다. 입체적인 캐릭터를 연기할 때 느끼는 행복감이 있다.

-계속 성장한 배우이니만큼, 작품을 대할 때 과거와 달라진 측면도 분명히 있을 것 같다.

▲'오피스' 전에는 작품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필요했다. 역할에서 빠져나오기도 하고, 다시 제 생활을 이어가기도 하고 이런 시간이 필요했는데 '오피스' 이후부터는 그렇지 않았다. 꼭 그렇게 빠져 나오는 시간이 필요할까 싶었다.

-지금 성균관대학교 심리학과를 다니고 있다. 연기 관련 학과가 아닌만큼, 연기를 병행하는데 있어서 다른 점이 있을 것 같다.

▲수업을 빠질 수가 없다. 저희 학과는 빠지는 것이 안된다. 그래서 방학 때 촬영하거나, 정말 하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휴학하고 촬영한다. 학교 생활은 정말 재밌다. 얼마 전에 친구들이 졸업할 때가 되어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우리가 모인 게 너무 좋았다. 그 동안 사진을 많이 찍기는 했는데 그걸 의미있게 남겨 놓는다는 것이 행복했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다 좋은 친구들을 만나서 연예인이어도 외롭거나 그런 적이 없었다. 심리학과는 학문으로 좋아했기 때문에 선택했다.

-어느 덧 20대 중반의 나이인데 연애 생각은 없는지.

▲류현경 언니랑 너무 친해서 연애를 안하나 보다. (웃음) 언니가 우리가 연애를 하려면 헤어져야 한다고 하더라. 일주일에 일곱번을 만날 정도로 친하다.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다.

-20대 중간까지는 착실하게 달려왔다. 이제 남은 20대를 지나 최종적으로는 어떤 배우를 향해 가고 싶은지 궁금하다.

▲꾸준히 작품을 내놓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리고 아까 '진짜'로 하고 싶다는 말처럼 연기할 때마다 진심을 담아서 하고 싶다. 진심을 담는 연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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