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을 앞둔 2일 대전 서구 한민시장이 제수용품을 구입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고추랑 파 얼마씩 해유?”
민족 대명절 설을 앞둔 2일 오전 대덕구 오정동 농수산물시장. 평일 오전시간임에도 시장 골목골목마다 설 준비를 위해 장바구니를 들고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과일과 채소 등을 실어 나르는 배달 오토바이가 연신 경적을 울리며 바쁘게 이동했다. 상인들은 사과, 배, 귤 등 선물용 과일세트를 점포 앞에 전시하느라 분주했다.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한 “값싸고 맛좋은 과일이 있다”는 상인들의 외침도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농수산물 시장 한 복판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설이 다가왔음이 피부로 느껴졌다.
생선가게 주인 김모(49)씨는 “이번 주부터 설 차례 음식 등을 사기 위해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며 “요새 인터넷으로 주문하거나 대형마트 배달 서비스 등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명절에 꼭 농산물 시장을 찾는 단골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시장을 둘러봤다. 각 점포에선 에누리를 해달라는 손님들과 흥정하는 주인들 간의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사과랑 귤 만원어치나 샀는데 귤 조금만 더 얹어줘유.” “이미 손님 모르게 많이 담아드렸으니 좀 이해해 주셔유.”
손님의 끈질긴 부탁에 결국 과일가게 주인이 귤 5개를 더 담아주는 것으로 이들의 승강이는 끝이 났다.
과일가게 주인 윤모(45·여)씨는 “솔직히 가격에 맞는 양보다 조금 더 챙겨드리는데 이렇게 떼를 쓰시는 손님을 만나면 난감하다”면서 “그래도 더 신경써드리면 다음에 또 찾는 경우도 있어 기분 좋게 못이기는 척 요구를 들어주곤 한다”고 말했다.
건어물시장은 각종 제수용품을 사기 위한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손님들은 물건을 위아래로 들어 꼼꼼히 살피는가 하면 구매 목록을 적어온 메모지를 계속 확인했다. 가격을 깎아달라는 애교 섞인 부탁도 필수였다.
남편과 시장을 찾은 이모(33·여)씨는 “평소에는 집 근처 시장에서 장을 보거나 마트, 백화점 등을 주로 찾지만 명절에는 농수산 시장을 찾는 편”이라며 “적은 가격이라도 깎을 수 있고 무엇보다 정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동구 중앙시장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시민들은 차례상에 올릴 채소와 과일, 생선, 고기 등을 살펴보기 위해 여러 가게를 옮겨 다녔고, 하나라도 더 팔려는 상인들의 외침과 흥정이 뒤섞여 설 대목을 실감케 했다.
정육집 주인 최모(38)씨는 “요새 손님들이 몰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기분은 좋다”며 “설 대목을 맞은 만큼 양질의 고기도 많이 판매해 매출도 올리고 손님들도 행복한 명절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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