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의 거리로 조성된 후 새로운 신축 건물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오랜 기간 대흥동을 지켜오던 문화예술인들이 외곽으로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대전에서도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31일 지역문화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문을 연 대전알리앙스 프랑세즈·프랑스문화원 대흥동 분원이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6월까지 나가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해당 자리엔 신축 원룸이 들어설 예정이다.
프랑스문화원 대흥동 분원은 당시만 해도 황량한 원도심에 불과한 대전여중 인근에 자리잡아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전시나 작은 공연 등을 개최하며 인근을 문화의 거리로 조성하는 데 기여했던 곳이다. 이에 앞서 대흥동의 명소로 사랑을 받았던 오래된 찻집 '청청현'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원룸이 들어선 바 있다.
원도심의 여러 빈 사무실을 임대에 작업실로 이용하던 지역 화가들도 오른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워 대흥동을 속속 떠나고 있다. 임대료 부담으로 소극장들도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이렇게 대흥동의 문화 예술인들이 대흥동 밖으로 내몰리는 것은 대전시의 원도심 활성화 정책으로 인근 도로환경이 개선되고 대흥동이 문화예술의 거리로 자리를 잡으면서 사람들이 몰렸기 때문.
땅값이 오르면서 건물주들이 안정적인 월수입을 얻을 수 있는 원룸을 짓겠다고 나서면서 이곳을 지켜왔던 예술인들이 정작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내쫓기고 있는 것이다.
전창곤 대전프랑스 문화원장은 “주택 몇 채만 있던 이곳이 원룸촌으로 포위되고 있다”며 “문화예술의 기능을 하는 최소한의 공간이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 문화계 관계자는 “원도심 활성화 정책으로 돈 없는 문화예술인들은 오히려 설 곳이 없어지고 있다”며 “서울시는 시가 나서서 막아주려 하는데 대전은 문제의식이나 있는지 모르겠다”고 일격했다.
중구청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프랑스 문화원 건은 행정기관이 중재할 사항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개인 재산권 행사에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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