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내 점집이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과 선거 관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데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등 젊은 세대까지 문을 두드리면서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상황에 미래를 불안해하는 시민들의 발길까지 더해져 점집과 철학관, 역술원·사주카페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지난 달 29일 오후 2시 대전 중구 은행동의 한 철학원을 찾았다. 원장실은 굳게 닫힌 채 '상담 중'이라는 안내문이 문에 걸려있었다. 대기실에는 4명의 인원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연령대는 30~40대로 보였다. 이들에게 운세를 보려는 이유를 조심스럽게 물었다.
자영업자 김모(41)씨는 “가게 문을 연지 1년이 넘었지만 매출은 반 토막, 임대료는 한 달이 멀다하고 치솟아 가게 운영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돼 이곳을 찾았다”며 “예전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운세를 봤다면 지금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절박한 심정으로 앞으로의 운세에 희망을 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담을 마치고 나온 임모(48·여)씨는 “남편이 4월 총선 출마를 고민하고 있어 당선가능성과 출마예정지 등을 상담했다”며 “평소 운세를 본적이 없는데 후보자 가족들이 점집을 다녀왔다는 이야기가 자꾸 들려 우리만 안하면 피해를 입을 것 같은 느낌에 운세를 봤다”고 털어놨다.
같은 시각 으능정이 거리 한 사주카페는 사주를 보려는 20~30대 청년들로 가득했다. 이들은 5000원의 타로점에서부터 1만5000원부터 시작하는 사주 등 비용이 밥값과 맞먹는 수준임에도 선뜻 지갑을 열었다.
지난해 취업에 줄줄이 낙방했다는 이모(32)씨는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것도 눈치 보이고 죄송스러운데 매번 불합격 통보에 진짜 눈물이 난다”며 “혹시 내 팔자에 운이 없는 건 아닌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결혼과 이직은 물론, 개인적인 일까지 역술인에게 술술 털어놓기도 했다.
연애문제로 고민이 많은 정모(28·여)씨는 “요즘 남자친구와 결혼 얘기를 많이 하고 있는데 모아 둔 돈이 얼마 없어 고민스럽다”며 “그래도 이 남자를 믿고 계속 만나야하는지 조언 아닌 조언을 얻으려고 찾았다”고 말했다.
은행동 지하상가에 줄지어 들어선 타로카페에도 많은 인원들이 자신의 운명을 점쳐보고 있었다. 두 손을 잡고 찾은 연인에서부터 친한 친구, 혼자 찾은 개인까지 다양했다. 이들도 역시 취업, 연애, 결혼, 이직, 진학, 진로 등 다양한 이유로 이곳을 찾았다.
한 역술인은 “요새 하루 평균 30~40명이 찾아와 고민을 상담하고 가는데 취업과 결혼문제에 관심많은 20대와 돌싱(돌아온 싱글)의 30대, 노후대책을 묻는 50~60대도 많이 찾아온다”며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의 발길까지 늘어 평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성별, 연령과 상관 없이 운세를 보는 이들이 많아지는 이유는 어려운 경제난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까지 심해지면서 좋은 운세를 얻어 마음의 안정을 되찾기 위한 심리 때문으로 풀이된다.
충남대 전우영 심리학과 교수는 “장기불황과 극심한 취업난 등 불확실한 미래 속에 살고 있는 자신의 상황이 나아지질 않다보니 무속과 역술 등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높아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송익준ㆍ성소연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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