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김제와 고창에서 구제역이 잇따라 발생하며 지자체와 농가마다 구제역 차단 방역에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17일 대전 중구의 한 축산농가에서 농민이 축사를 소독하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이대로 가다간 또 구제역 악몽에 빠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예년처럼 올해도 축산 관계자들과 방역당국의 책임 미루기만 시작됐을뿐 명확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충남도 등에 따르면 최근 전북 김제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인근 고창으로 번지면서 충남 역시 비상이다. 고창에서는 9800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됐고, 김제에서도 670마리가 산 채로 땅에 묻혔다. 아직 충남은 의심신고조차 없지만, 일시 이동제한 등 불편과 공포심 확산이 시작되는 모양새다.
2014년부터 매년 반복되는 구제역 및 방역사투에 축산업자들은 불만이다. 축주 장모(58·홍성)씨는 “매번 구제역이 발생하면 집에만 있고 마트도 못가게 하는 등 생 감옥살이 시키지 말고 약(백신)을 잘 만들든지 소독을 완벽하게 하는 등 정부에서 근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김제와 고창의 돼지는 백신접종을 했음에도 구제역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은 각 60%와 20%의 항체형성률을 보였다.
그러나 당국은 여전히 예방접종과 이동제한만 강요하고 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의미 없는 이동제한은 시키지 않는다. 방역조치 중 이동제한은 전염 억제 효과가 상당히 크다”며 “'내 농장은 내가 지킨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주들과 당국의 끝나지 않는 싸움에 철저한 방역은 더 힘들어지고 있다. 정부는 법으로 소의 백신 접종은 두 차례로 정했지만 돼지는 2012년부터 한 차례로 줄였다. 때문인지 소의 전국 평균 항체 형성률은 94.2%, 충남은 97%에 달하지만, 돼지는 전국 64.7%, 충남 79%로 상대적으로 낮다.
두 차례 백신접종 시 항체 형성률이 더 높다는 조사까지 마쳤음에도 이를 완화한 이유는, 주사를 잘못 놓으면 인근 부위가 못쓰게 되는 등 상품가치가 하락한다는 농민들의 반발 때문이다. 다만 소의 항체형성이 원래 더 강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함께 예산, 홍성 지역의 일부 축산업자들은 전북 구제역 발생 후에도 여전히 모임과 경조사, 여행 등에 참석하는 등 자유로운 이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람의 발을 묶는 이동제한에 한계가 있어 항체 형성 낮은 수입산에 의존하는 구제역 백신을 국산화 하는 등 근본 대안 마련이 시급해 보이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도는 전날 166대의 축산차량이 이동제한 중 허가없이 움직인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조사결과 대부분 농장 내 이동이나 옆 농장 이동 등으로 확인됐다.
축산차량 이동은 의무 장착된 GPS를 통해 확인되는데, 시동만 켜도 신호가 감지된다. 다만 운송자들이 GPS를 제거하거나 끌 수도 있다. 이는 위법으로 단속 대상이다.
한편, 가축전염병 발생 시 소비자 절반은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해 8월 대도시 일반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가축질병에 대한 인식과 축산물 소비행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8%가 구제역 발생 후 쇠고기와 돼지고기 등 육류 전체에 대한 소비량을 줄였다고, AI와 관련해선 응답자 52%가 닭고기 소비를 줄였다고 답했다.
내포=유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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