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20년 옥살이에도 영롱하게 샘솟은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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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20년 옥살이에도 영롱하게 샘솟은 '사색'

  • 승인 2016-01-16 06:34
▲ 별세한 신영복 교수가 남긴 서화
<br />신영복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는 옥살이 중 교도소에서 서예를 배워 출소 후 탁월한 서화 작가로도 활동했다. 사진은 서화 '처음처럼'.<도서출판 돌베개 제공>/자료=연합 DB
▲ 별세한 신영복 교수가 남긴 서화
신영복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는 옥살이 중 교도소에서 서예를 배워 출소 후 탁월한 서화 작가로도 활동했다. 사진은 서화 '처음처럼'.<도서출판 돌베개 제공>/자료=연합 DB

"나는 인간을 어떤 기성(旣成)의 형태로 이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개인이 이룩해 놓은 객관적 '달성'보다는 주관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지향'을 더 높이 사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너도 알고 있듯이 인간이란 부단히 성장하는 책임귀속적 존재이기 때문이다."('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 안양에서 동생에게 보낸 편지)

15일 별세한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온몸으로 감당한 시대의 고통을 사색과 진리로 승화시킨 시대의 지성인이었다.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돼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20년 옥살이를 한 신 교수가 옥중서간집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보여준 반듯한 모습은 같은 동시대 아픔을 겪은 이들의 위안이자 심적인 지지대가 됐다.

27세부터 47세까지, 옥 안에서 살아야 했던 새파란 젊은 시절을 그저 흘려보내는 대신 끝없는 자기 성찰로 채워나간 고인은 '87년 체제'와 함께 사회로 나와 정권교체와 외환위기 등으로 이어진 숨가쁜 30년을 지켜봤다.

고인은 특히 물질적 성공과 실용 학문만을 추구하는 세태에서 인문학과 고전의 가치를 꿋꿋하게 지키며 신구 세대를 막론한 지성인 역할을 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고인은 그가 '대학생활'이라 부른 20년 옥살이를 하면서 동양 고전에 관심을 갖게 된다.

"감옥에서, 특히 독방에 앉아서 모든 문제를 근본적인 지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우선 나 자신을 돌이켜보게 됩니다. 유년 시절에서부터 내가 자라면서 받은 교육을 되돌아보게 되고 우리 사회가 지향했던 가치에 대해서 반성하게 됩니다. (중략)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과 함께 공부하게 될 동양고전 강독은 사실 감옥에서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강의' 중에서)

그가 이때부터 찬찬히 살핀 동양 고전 글귀와 해설을 담은 강독서 '강의'는 인문·고전분야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고인은 '나무가 나무에게', '나무야 나무야' 등 저서에서 사람을 나무에 즐겨 비유했다. 1997년 세계 22개국에서 각국의 '나무'들이 어우러져 사는 방식을 둘러본 그는 그곳에서 얻은 성찰을 모은 책 '더불어숲'을 펴내 또 한 번 울림을 줬다.

특히 어느 누구도 '자본'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을 냉철한 시선으로 바라본 그는 우리가 다시 살아가야 할 방식으로 '새로운 인간주의'를 제시한다.

"인간주의의 절정인 파르테논 신전을 바라보며 이제는 자기의 소산(所産)인 문화와 물질 속으로 함몰해가고 있는 오늘의 인간주의를 반성하게 됩니다. 우리는 현대라는 또 하나의 어두운 바다를 건너 바야흐로 새로운 인간주의를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인간주의는 자연으로부터 독립하는 것도 아니며, 궁핍으로부터 독립하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인간이 만들어 쌓아놓은 자본으로부터, 그리고 무한한 허영의 욕망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더불어숲' 중에서)

고인은 이 외에 '변방을 찾아서', '청구회 추억' 등 주옥같은 문장으로 가득한 저서를 남겼으며 소주 '처음처럼'의 글씨를 쓰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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