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전단지 할머니들의 열악한 근무 조건이 알려지면서 법적 보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1월 12일자 9면 보도>
최저시급은 물론, 휴식·점심시간도 없지만 대다수 할머니들이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거나 피해를 입어도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상당수다.
14일 복수의 전단지 할머니와 전단지 업체 등에 따르면 대전지역에는 120여명의 전단지 할머니들이 활동하고 있다. 전단지 업체나 소개 할머니를 통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일을 하는 인원을 포함하면 전단지 할머니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할머니들은 적게는 3시간에서 많게는 7~8시간 동안 각종 홍보 전단지를 배포한다. 이들의 주 근무지는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 근처, 학원가, 번화가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일당은 전단지 배포 장수가 아닌 시간으로 계산한다. 근무가 끝난 후 현금으로 바로 받거나 계좌이체 등의 방식으로 지급받고 있다.
문제는 할머니들이 법정 최저임금 시급인 6030원보다도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대다수 할머니들이 시간당 5000원을 받고 전단지를 돌리고 있다. 심지어 일당을 지급하지 않고 연락을 끊어버리거나 아예 회사를 옮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일을 소개해 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챙기는 할머니들까지 있다고 한다.
윤모(76) 할머니는 “5000원이 최저시급보다도 낮은 사실은 우리도 알고 있다”면서도 “이런 사실을 업주에게 이야기하면 바로 다른 사람을 구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니 하루 일이 급한 우리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의 점심·휴식시간도 문제로 지적된다. 업주들이 인파가 많이 몰리는 시간인 점심시간 전후로 전단지를 돌릴 것을 요구해 끼니를 제때 챙겨 먹기 어렵다. 따로 휴식시간도 없다. 잠시 주변 건물 음식점이나 카페 등의 화장실을 이용할 때가 유일한 휴식시간이다.
할머니들이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이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는 작동되지 않고 있다. 대다수 할머니들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일을 하기 때문이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을 경우 근로자의 근로행위를 증명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업체가 정한 후생복지 등을 적용받지 못한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전단지 할머니들은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업주와 이야기만 한 후 일을 하고 있어 적극적인 단속이나 지원이 어렵다”며 “무엇보다 근로자 여부나 근로행위를 했다는 점을 명시할 수 있는 근로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하고 피해를 입으면 직접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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