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날 울리는 제야의 종소리. 수많은 생각과 다짐이 교차되는 시간이다. '그동안 나는 무얼 했나' 하는 죄책감과 동시에 어두운 터널을 마주한 기분. 20대의 끝자락에서 더 열심히 살지 못한 날들을 꾸짖으며 뭉친 어깨를 북돋아줄 필요가 있었다. 새해에도 어김없이 훌쩍 떠나는 습관은 못 고칠 것 같다. 연고도 없이 무작정 떠난 곳은 춘천. 낯선 곳에서 길을 헤매다보면 지금가고 있는 이 길이 맞는 길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무작정 나아가야 할 때가 있다. 춘천에서 만난 자연은 그 해답을 일러주었다.
'밖이 이렇게 추운데 무슨 자전거를 타느냐' 하지만 철길이 내어준 길대로 무작정 따라가다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얼어붙은 듯 하지만 생동하는 북한강부터 철길 중간 중간 지나가는 이벤트 터널까지. 사진기 셔터를 누르는 곳마다 선명한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또 하나의 묘미는 바퀴에서 나는 무궁화호 열차 칸 사이 특유의 덜컹거리는 쇳소리도 들을 수 있다. 길은 정해진 대로 가야하지만 옛길 그대로 보존된 자연을 눈에 담는 일은 자유다. 부지런히 사진을 찍으며 페달을 밟다보면 일정한 간격으로 뻗은 레일은 또 다른 풍경을 낳고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마다 추억이 짙게 깔리고 있었다.
또 춘천여행을 간다면 꼭 들려야 할 곳으로 쁘띠프랑스와 제이드가든을 꼽는다. 하지만 잠시 눈요기로 들렀다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두 군데 모두 유럽풍 컨셉를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각자의 매력이 있다. 쁘띠프랑스는 유럽풍 마을에서 어린왕자와 함께 동심에 세계에 빠질 수 있다면 제이드가든은 유럽풍 정원을 거닐며 맑은 공기를 마시며 힐링할 수 있다. 두 여행지의 거리는 자동차로 40분 내외다. 레일바이크를 타기 전에 잠시 들러도 좋지만, 쁘띠프랑스에서 열리는 인형극과 제이드가든에서 지저귀는 새소리만 들어도 하루가 모자랄 정도다.
▲가는길=대전에서 승용차를 탄다면 경부선과 중부선을 지나 경춘로를 타고 가거나, 중부선을 타고 가다 제2중부선으로 갈아타고 경춘선을 타도 된다. 약 3시간정도 걸린다. 내비게이션을 이용한다면 '김유정역' 혹은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 증리 323-2'를 검색하면 된다. 기차로는 한 번에 가는 열차는 없으며 대전에서 춘천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가서 지하철 남춘천역-김유정역으로 1정거장만 가면 된다. 걸어서 10분정도 걸리고 택시는 기본요금이다.
▲여행Tip=김유정역에서 출발해 강촌역까지 총 1시간 20분이 소요되는 레일바이크는 오전 9시 첫차를 시작으로 오후 5시까지 한 시간 간격으로 출발한다. 약 30분 정도는 '낭만열차'라는 기차로 갈아타긴 하지만 다리가 아플 수 있으니 춘천에 도착하자마자 탑승해 하루 종일 다리에 알이 배겨 고생하는 일이 없기를. 대전에서 춘천으로 여행을 간다면 쁘띠프랑스, 제이드가든, 춘천레일바이크 순으로 여행하는 것이 이동시간 대비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글·사진=박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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