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의 부푼 꿈은 일주일 만에 산산조각 났다. 저속에서 시동이 꺼지는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서비스센터를 방문해 수리를 마친 A씨는 며칠 뒤 동일한 증상으로 다시 수리했지만 그 뿐이었다. 이틀 뒤 거리에서 차량이 멈춰 섰고, A씨는 길 한복판에서 차량이 멈춘 아찔했던 순간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A씨는 “다행히 비상등으로 사고를 면할 수 있었다”면서 “시동 꺼짐이 있는 현상을 모른 채 고속도로를 달렸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랜드로버 코리아 측에 지속적인 교환·환불 요청을 했으나 소리 없는 메아리만 들려왔다. 한국소비자원에 불만접수를 하고서야 랜드로버 코리아 측으로부터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랜드로버 코리아 측은 “마지막 시동 꺼짐은 에러코드가 있어 인정할 수 있으나,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에러코드가 없어 교환과 환불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억울함이 가시지 않은 A씨는 지속적인 요청을 한 결과 “테스트 주행 중 시동 꺼짐을 확인했으며 이번 달 말까지 수리를 진행하고 수리 완료 이후에도 동일증상 발생 시 신차로 교환해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계약서 작성은 안 된다는 말에 A씨는 일단 믿고 지켜보기로 했다.
A씨는 “소비자 입장에서 시위 빼고 할 수 있는 요구는 다한 상황”이라며 “약속한 사항을 지키지 않을 경우 1인 시위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자동차 시동 꺼짐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지만 교환·환불 등의 조치가 부족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3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자동차 시동 꺼짐 관련 사례는 총 702건이다. 제조사별로 기아자동차가 243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현대자동차 186건, 한국GM자동차 116건, 르노삼성자동차 79건, 쌍용자동차 14건 등이다. 수입제조사는 총 61건으로 국내제조사보다 현저히 낮지만 국내 등록된 수입차 대수에 비하면 적은 숫자가 아니다.
조사대상 중 77건이 가속 시 시동 꺼짐을 경험했으며 50건은 4회 이상 수리를 받았다. 또 46건은 수리기간이 3개월 이상 소요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59건은 수리 후에도 시동 꺼짐 현상이 개선되지 않았고 교환이나 환불을 받은 경우는 6건에 불과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시동 꺼짐 현상으로 인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자동차 제조사와 수입사에 철저한 품질관리와 AS 개선을 요구하고, 정부에는 반복되는 시동 꺼짐 등을 포함한 자동차 중대결함에 대한 피해보상을 원활히 이뤄지도록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선을 건의할 방침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교환·환불 조건을 완화하는 방안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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