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대전지방법원 316 법정에서는 병석에 누워있던 아내를 때려 숨지게 해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된 피고인이자 남편의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피해자이자 사망한 부인 이씨는 지난 2013년 8월 뇌출혈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뇌출혈로 치료를 받고 퇴원을 했지만 평소 우울증을 앓았던 이씨는 다음 해인 2014년 4월 농약을 마시고 중환자실에서 한달 넘게 진료를 받아왔다. 일반 병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부인은 집에 가고 싶다며 주사바늘을 뽑고 떼를 쓰자 남편은 화가 났다. 그는 발버둥 치는 부인을 밀치고 2차례 때렸다. 부인은 2시간 후 외상성 뇌출혈을 일으켰고 끝내 사망하게 되면서 남편은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8명의 배심원이 참석한 국민참여재판이 시작되자 김씨는 고개를 떨군 채 법정으로 나왔다. 그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사람이 죽었지만 살인과 폭행치사는 다르다. 사람을 죽일 의지를 갖고 흉기등으로 의도적인 행위를 하는 것은 살인이지만, 폭행치사는 상대방이 죽을수도 있겠다는 인식을 하지 않고 부주의한 경우 적용될 수 있다.
남편 김모씨가 범행사실을 인정했다. 이번 국민참여재판은 죄의 유무를 가리기보다는 실형을 줄 것인지, 집행유예를 할 것인지 양형이 주된 목적이었다. 피고 김씨도 일반인의 시각에서 판단받길 원해 국민참여 재판을 신청하게 됐다.
검사 측은 “부인이 외도사실이 있고 이혼을 요구하는 등 가정문제와 돈문제로 불화가 있었다.(남편인 김씨는) 조사받는 내내 범행을 부인하고 조사받는 태도가 불량했다”며 “부인이 뇌출혈로 머리부분이 약하고 충격을 가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의사로부터 주의를 받았지만 머리를 세게 가격했다는 것은 죽일 의도가 있었다. 외상성 뇌출혈로 수술을 권했지만 수술도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시종일관 눈물을 훔치고 있는 피고인을 바라보던 배심원들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하지만 증인으로 출석한 아들이 등장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아들 김씨는 “어머니가 외도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아버지는 자식들을 생각해서 용서하겠다며 앞으로 잘살아 보자고 어머니를 오히려 다독였다. 평소에 부부관계가 좋았고 어머니가 병석에 누워있는 기간 내내 회사를 휴직하고 병원에서 직접 간호를 했다”며 “아버지 월급으로 할머니와 할아버지, 가족들이 모두 생계를 유지했고 병원비 때문에 많이 힘들어 했다. 하루 빨리 아버지가 출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술 포기도 아버지가 단독결정한 것이 아니라 가족들이 내린 결정이라며 눈시울을 붉히는 아들의 증언에 배심원들 역시 하나둘 눈물을 훔쳐냈다. 결론적으로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가 죄수복을 입고 있는 아들에 대한 감정이입이었다.
또 다른 증인으로 출석한 동료 역시 눈물로 호소했다. 평소 성실함과 심성으로 볼때 “이곳에 왜 와 있는지, 죄수복을 왜 입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호소했다.
검사는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김씨 변호인은 “부인을 죽일 의사 보다는 순간 울컥한 마음에 폭력이 가해졌다. 간병도 지극 정성이었고, 부인의 외도에 대해서도 남편이 덮고자 한 것은 가정을 지키려는 의도가 컸던 것”이라고 변호했다. 심리가 끝난 배심원들은 남편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김씨에게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밤 11시 10분, 김씨는 죄수복을 벗고 아들과 함께 귀가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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