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구민들의 출근길 617번 버스 탑승요령이다. 매일 아침 구민들은 이런 요령에 따라 617번에 오른다. 발 디딜 틈조차 없는 '만차 버스'에 올라야 하고, 이 상태로 30~40분의 시간을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
617번은 비래동, 송촌동, 법동, 중리동, 오정동을 차례로 들러 승객을 태운 뒤 서구(둔산·갈마·변동·가장)로 넘어간다. 하지만 법동을 다 돌기도 전에 버스는 승객으로 꽉 찬다.
이 부근에서 둔산동으로 나가는 버스가 617번 단 하나여서다. 이렇다보니 출근길 617번에는 각 동마다 서구 쪽으로 출근하는 승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매일 만차 운행이 이뤄지고 있다.
12일 아침 출근길에 직접 타본 617번은 '지옥철'이 아닌 '지옥 버스'를 방불케 했다. 이날 아침 7시 30분 비래동 종점. 617번 기사에게 승객이 가장 몰리는 시간을 물었다. “7시 52분이나 8시 4분에 출발하는 버스가 가장 혼잡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8시 4분 버스에 탑승했다. 송촌동에서부터 승객이 몰리기 시작했다. 동춘당에서 5명, 선비마을 정류장 3곳에서 모두 18명이 버스에 탔다.
법동에 들어서자 더욱 혼잡해졌다. 소월아파트 7명, 한마음아파트 9명, 영진아파트 4명, 법동주공3단지 3명, 안산도서관 9명 등 이미 버스 내부는 승객으로 가득 찼다.
중리주공1단지에서부터 버스에 오르기 위한 승객들의 노력이 시작됐다. 일단 출입문에 발을 얹은 뒤 앞 사람을 밀었다. 몸을 구겨 넣고 버스 카드를 찍었다. 곳곳에서 “안으로 들어가라”는 외침이 들렸다.
승객 정모(28·여)씨는 “매일 아침 출근길마다 볼 수 있는 흔한 모습”이라며 “버스를 놓치면 지각할 게 뻔해 어떻게든 버스에 오르려는 사람들과 이미 타고 있는 승객들이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탈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중리동 3개 정거장에서 총 11명이 우겨넣듯 같은 방식으로 버스에 탔다. 타는 것을 포기하고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각 정류장마다 보였다. 비래동~오정동 구간에서 모두 70명이 탑승했지만 내린 인원은 5명에 불과했다.
617번이 시청역에 도착하자 20명이 넘는 인원이 내렸다. 다음 정류장인 시청·교육청에서도 비슷한 인원이 한꺼번에 하차했다. 승객 절반 이상이 둔산동 시청 근처에서 내린 셈이다.
매일 시청 근처로 출근한다는 김모(31)씨는 “아침마다 버스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로 정말 힘이 들 지경”이라며 “송촌동이나 법동, 중리동에 아파트가 많이 몰려 있고, 이곳의 버스 이용승객도 많은 만큼 빠른 대책을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출근길 617번에 많은 승객이 몰리는 상황을 파악해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저상버스보다 많은 승객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버스를 617번 노선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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