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팔아봐야 본전”…주유소 줄폐업

  • 경제/과학
  • 자동차

“기름 팔아봐야 본전”…주유소 줄폐업

지난해 대전 11곳 '역대 최다'…유류세 60% … 마진 4% 그쳐 높은 카드 수수료도 '한 몫'

  • 승인 2016-01-12 18:15
  • 신문게재 2016-01-13 6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속보>=대전지역 주유소가 역대 최다 폐업수를 기록했다. 높은 세금 탓에 마진율이 제로에 가까워 버티다 못한 업주들이 폐업의 길을 택해서다. 여기에 카드수수료 부담까지 더해져 매수자를 찾아 나서지만 이어 받으려는 이가 없어 막대한 폐업비용을 지불하고 눈물을 흘렸다. 한 때 황금알을 낳는다던 주유소 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든 셈이다.<본보 1월 12일자 7면 보도>

12일 한국주유소협회 대전지회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에서 폐업의 길을 선택한 주유소는 총 11개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역 주유소들의 폐업은 2012년 6개, 2013년 7개, 2014년 4개로 매년 반복되고 있지만 지난해 들어 심해졌다.

반면 신규 주유소는 2013년 2개, 2014년 2개로 현저히 적다. 지난해엔 단 한곳도 없었다.

주유소들이 경영난에 허덕이는 이유는 기름값에 붙는 세금이 60%가 넘어서다.

일례로 휘발유 5만 원을 주유하면 3만 원이 넘는 금액이 유류세로 빠져나간다. 주유소 업주 통장에 들어가는 돈은 2만 원도 채 안 되는 셈이다.

카드수수료도 한 몫 한다. 1.5%의 카드수수료가 고객이 주유한 5만 원 전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건비와 임대료, 서비스비용 등을 제외하고 나면 주유소 업주 손에 쥐어지는 돈은 제로에 가까워진다. 현금대신 카드를 쓰는 소비자들이 95%를 차지하면서 2014년 전국 기준 세금에 대한 수수료는 2843억 원에 달했다.

지역 주유소 업주들은 주유소 운영이 은행 예금금리만도 못하다고 하소연이다.

주유소를 처음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은 임대보증료 1억 원, 기름구매 2억~3억 원, 운영비 등 통상 5억 원 가량 들지만 마진율은 4% 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월 5000만 원을 벌어들여도 순수익은 200만 원 밖에 안 되고 여기에 운영비와 임대료 등을 제외하면 열악한 수준이다.

또 업주는 현금으로만 기름을 사올 수 있는데, 소비자들의 대다수가 카드로 결제하다보니 카드사에서 입금되는 입금 기간이 3~7일 정도 소요돼 매출이 들쑥날쑥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업주들은 인건비라도 건지기 위해 하루 18시간 꼬박 일하기도 한다.

동구의 한 주유소 업주는 “세금까지 카드수수료에 포함시켜 내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며 “카드수수료만 제외하면 그나마 먹고 살만 하겠지만 이대로 계속 간다면 주유 업계는 밑바닥까지 떨어진다. 차라리 월급쟁이를 하고 싶을 정도”라고 소회했다.

그렇다고 맘대로 폐업할 수 없다. 주유탱크 주변 토양오염 정화비용, 구조철거비용 등 1억 5000여만 원의 비용이 들어가서다. 비용이 부담돼 휴업에 들어가지만 마땅한 매수자가 나오지 않아 애꿎은 임대료만 내는 상황도 발생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빼곡 들어선 주유소들 간의 과다경쟁도 서로를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 정부가 1991년 주유소 거리제한 규제에 이어 1995년 주유소 거리제한 철폐로 인해 우후죽순 늘어나서다.

주유소 한 곳이 1원이라도 가격을 내리면 인근 주유소들도 덩달아 인하할 수밖에 없다. 유증기회수장치 의무 설치 확대도 문제다. 정부가 기존 수도권에서 인구 50만 이상 지역으로 넓히면서 업주 당 3000여만 원의 사비를 들여야 할 판이다.

주유소협회 대전지회 관계자는 “세금을 걷어 들이는 데는 주유소가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는데 세금에 대한 수수료를 물리는 등 대우가 부당하다”며 “자동세차기에도 취득세와 재산세를 부과한다고 하니 탄식의 목소리만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방원기 기자 bang@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2.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3.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4.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종사자 역량강화 워크숍
  3.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