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국주유소협회 대전지회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에서 폐업의 길을 선택한 주유소는 총 11개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역 주유소들의 폐업은 2012년 6개, 2013년 7개, 2014년 4개로 매년 반복되고 있지만 지난해 들어 심해졌다.
반면 신규 주유소는 2013년 2개, 2014년 2개로 현저히 적다. 지난해엔 단 한곳도 없었다.
주유소들이 경영난에 허덕이는 이유는 기름값에 붙는 세금이 60%가 넘어서다.
일례로 휘발유 5만 원을 주유하면 3만 원이 넘는 금액이 유류세로 빠져나간다. 주유소 업주 통장에 들어가는 돈은 2만 원도 채 안 되는 셈이다.
카드수수료도 한 몫 한다. 1.5%의 카드수수료가 고객이 주유한 5만 원 전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건비와 임대료, 서비스비용 등을 제외하고 나면 주유소 업주 손에 쥐어지는 돈은 제로에 가까워진다. 현금대신 카드를 쓰는 소비자들이 95%를 차지하면서 2014년 전국 기준 세금에 대한 수수료는 2843억 원에 달했다.
지역 주유소 업주들은 주유소 운영이 은행 예금금리만도 못하다고 하소연이다.
주유소를 처음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은 임대보증료 1억 원, 기름구매 2억~3억 원, 운영비 등 통상 5억 원 가량 들지만 마진율은 4% 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월 5000만 원을 벌어들여도 순수익은 200만 원 밖에 안 되고 여기에 운영비와 임대료 등을 제외하면 열악한 수준이다.
또 업주는 현금으로만 기름을 사올 수 있는데, 소비자들의 대다수가 카드로 결제하다보니 카드사에서 입금되는 입금 기간이 3~7일 정도 소요돼 매출이 들쑥날쑥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업주들은 인건비라도 건지기 위해 하루 18시간 꼬박 일하기도 한다.
동구의 한 주유소 업주는 “세금까지 카드수수료에 포함시켜 내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며 “카드수수료만 제외하면 그나마 먹고 살만 하겠지만 이대로 계속 간다면 주유 업계는 밑바닥까지 떨어진다. 차라리 월급쟁이를 하고 싶을 정도”라고 소회했다.
그렇다고 맘대로 폐업할 수 없다. 주유탱크 주변 토양오염 정화비용, 구조철거비용 등 1억 5000여만 원의 비용이 들어가서다. 비용이 부담돼 휴업에 들어가지만 마땅한 매수자가 나오지 않아 애꿎은 임대료만 내는 상황도 발생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빼곡 들어선 주유소들 간의 과다경쟁도 서로를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 정부가 1991년 주유소 거리제한 규제에 이어 1995년 주유소 거리제한 철폐로 인해 우후죽순 늘어나서다.
주유소 한 곳이 1원이라도 가격을 내리면 인근 주유소들도 덩달아 인하할 수밖에 없다. 유증기회수장치 의무 설치 확대도 문제다. 정부가 기존 수도권에서 인구 50만 이상 지역으로 넓히면서 업주 당 3000여만 원의 사비를 들여야 할 판이다.
주유소협회 대전지회 관계자는 “세금을 걷어 들이는 데는 주유소가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는데 세금에 대한 수수료를 물리는 등 대우가 부당하다”며 “자동세차기에도 취득세와 재산세를 부과한다고 하니 탄식의 목소리만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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