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동구의 한 인력사무소에 일자리를 기다리는 일용직 건설근로자들의 가방이 수북이 쌓여 있다. |
자전거를 타거나 그도 아니면 걸어서 인력사무소에 온 이들은 여벌의 옷이 담긴 가방을 선반에 올려놓고 일거리가 나오길 삼삼오오 기다리고 있었다.
건설근로자에게 겨울은 일없는 비수기이기도 하지만, 요즘엔 대전에 건설 일거리가 너무 없다는 푸념이 터져 나왔다.
건설근로 10년 경력의 최모(63)씨는 “지난주에는 보령까지 넘어가서 일하고 밤 9시에 돌아왔는데 건설경기가 나빠 이런 때도 있구나 싶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건설근로자 조모(55)씨는 “대전을 아무리 찾아봐도 규모 있는 건설현장은 거의 없고 주택을 철거하는 수준에 불과해 매번 일거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 서구의 또 다른 인력사무소 역시 뚝 떨어진 현장 일거리에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건설근로자들은 하루하루 현장 근로를 지속하는 게 생계 수단이자 직업이지만, 요즘은 일하겠다는 근로자는 많아도 사람을 쓰겠다는 건설 업자는 드물다.
때마침 인력사무소 대표 휴대전화에는 “우리 인부 5명 남아요. 일거리 있으면 우리 쪽 사람 쓰세요”라는 인접한 또 다른 인력사무소장의 문자가 들어왔다.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새벽에 나온 근로자가 일이 없어 빈손으로 돌아가게 생겼으니 우리 쪽에 일거리 있으면 안내해주라는 요청”이라며 “요즘 대전 건설경기가 이 정도로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지역의 건설경기가 쉽게 개선될 것으로 여겨지지 않아 취약계층인 건설근로자들의 실업 고민이 더 크다는 점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 통계에 따르면 한 번이라도 건설근로에 종사해 2014년에 공제에 가입된 신규 건설근로자 인원이 대전 9117명, 충남 1만5775명에 달한다.
또 퇴직공제에 가입된 사업장에서 한 번이라도 건설근로에 종사한 건설근로자 수도 2014년 대전 4만 4448명, 충남 5만3297명에 달한다.
전국적으로 전체 취업자 대비 건설업 종사자가 7% 규모로 취업 시장에서 건설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결코 낮지 않다.
또 건설근로자의 월 18.3일에 불과해 전 산업 평균 근로일수 20.4일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에서 건설경기 악화는 이들의 취업시장 악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곧 일자리를 만드는 것인데 올해 국내외 여건에서는 상당수 건설 일거리가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며 “건설경기 활성화와 건설 일용자에 대한 직업 교육으로 생활여건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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