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8일 원숭이띠 환경미화원 이영준(36·사진)씨는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하루를 시작했다. 영하 7도의 날씨에 여러겹 옷을 껴입은 이씨는 운전석에서 내려 도로 한쪽에 쌓아놓은 연탄을 청소차량에 실었다. 며칠전부터 급격히 추워진 날씨에 골목에 나오는 폐연탄량도 늘었다.
이씨는 “연탄 수거를 하기 전까진 연탄을 쓰는 집이 아직도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고 말했다. 대덕구에서 매일 수거하는 연탄은 15~20t이다.
가정에 온기를 돋우는 데 몸을 불사른 폐연탄이 대문 앞에 배출되면 저녁 7시부터 수차원들이 이를 도로가에 내놓으면 이씨가 돌아다니며 수거한다. 매일 일정하게 수거하는 '코스'가 있는데 15개 코스 중 4~5곳을 돌면 트럭이 가득 차 금고동에 있는 매립지에 가서 연탄을 버리고 다시 돌아와 폐연탄 수거를 계속한다.
한 장에 1㎏정도 나가는 연탄은 4~8개, 많게는 12개 비닐봉지에 담겨 버려진다. 이 봉지를 트럭에 싣는데 그 무게가 꽤 묵직해 이씨의 입에서는 허연 입김이 뿜어졌다.
이씨는 “순간적으로 연탄을 들어서 트럭에 던지는데 이 작업을 계속하다 보면 허리가 아플 때가 많다”며 “이 일을 오래 한 동료들은 전부 허리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말 힘든 건 따로 있다. 종종 새벽시간 술에 취한 시민이 시비를 걸거나 집까지 태워달라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
이씨는 지난 2011년 9월 거리의 청소 일을 시작했다. 음료회사와 가구회사에서 일했지만 가정을 꾸리면서 좀 더 안정적인 미래를 계획하던 중 환경미화원을 선택했다. 새벽 3시쯤 집을 나서는 생활 패턴에 적응하는 게 힘들었지만, 검정고시로 학교를 졸업하고 학력에 구애없이 자신이 노력한 만큼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환경미화원에서 찾았다.
어느덧 입사 5년째인 이씨는 아이에게 아빠의 직업은 청소라고 당당하게 설명해 주고, 가정을 꾸려가는 가장이 됐다.
원숭이띠에 태어나 원숭이띠를 맞은 올해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 회사와 사회에 봉사하는 해를 이루고 싶어한다.
이씨는 “환경미화원이 자랑스럽고 꼭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한다”며 “딸에게도 아빠가 하는 일이 뭔지 자주 설명하려고 하고 있다. 만 60세인 정년까지 이 일을 계속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새해 직장인 야구대회에서도 대전도시공사가 우승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모든 원숭이띠들에게는 “힘내자”고 강조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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