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복 극작가·대전효지도사교육원 교수 |
참으로 기가 막힌 아이디어다. 쓸만한 인재는 모두 다 떠나가게 하고 '더불어'라니. '민주당'이라는 골동품에 관형어를 이것저것 붙이고 접두사로 땜질하여 새 이름표를 만들어 가슴에 달았다고 해서 아집과 독선이 가슴 깊숙이 그대로 남았는데 누구와 더불어 하겠다는 것인가?
그동안 '더민주당'은 당이 좌초되기 직전마다 새정치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민주통합당, 새정치민주연합 등 당명을 교묘히 바꿔가며 슬로건도 그럴싸하게 내걸었지만 달라진 것이라고는 종북 좌파를 끌어안고, 길거리 투쟁에 참여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 말고는 기억에도 없다. 어디 그뿐인가? 일부 '더민주당' 의원 중에는 입만 열었다하면 상스런 욕설이 거침없이 튀어나오고 정부나 여당이 하려는 일, 수시로 반대하거나 발목만 잡았지 제대로 협조한 일이 없었던 것이다. 설혹 있다하더라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고, 일부는 다른 안건과 끼워서 타결한 것 말고는 무엇이 있을까?
훈수 좀 둬보자. 더불어민주당이 새롭게 변신하려거든 '국선필행(國善必行)'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나라를 위한 착한 일은 반드시 실천하라는 말이다. 이번에 민노총의 길거리 투쟁에 동조해서 극렬하게 반대했던 노동개혁법에 대하여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자세가 바로 그것이다. 이왕이면 경제 활성화법, 테러방지법, 북한 인권법, 기간제법 등도 대안을 제시하여 처리했으면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다. 모두가 국민의 안전을 위하거나 민초들의 생업과 연관된 화급한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이제 병신년 새해다. 여야 무엇인가는 달라져야한다. 달라지되 '국선필행(國善必行)'을 우선순위로 달라져야할 것이다.
새해를 맞이하며 고희(古稀)를 넘긴 김명환 노()시인께서 읊은 '새해에는' 제하(題下)의 시 전문을 여기에 옮겨본다.
-丙申年
새로운 새해가 왔다/ 우리가 원하는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나간 해가/ 새로운 해를 잉태하듯/ 새로운 새싹이 터지리니
언제나 지금보다는/ 미래가/ 더 아름답고 희망 찬 것.- -하 략- 靑松 김명환 시, -'새 해에는' 前文 -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이 노() 시인 역시 을미년 한해를 마무리하며 얼마나 가슴이 답답하고 절망적이었으면 이런 시를 읊었을까? 그래서 새해에는 새로운 새싹이 터지길 기대했을 것이다. 정말 그랬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후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인재(人災)로 인한 피해가 전국 방방곳곳에서 속출했던 것이고 그 인재를 빌미삼아 정부와 여당의 발목을 얼마나 잡았던가? 그러나 노()시인이여 기대 한 번 해보자. 발목만 잡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 가운데 생각이 깊은 의원들은 진보를 아우르는 보수쪽으로 우향우했고, 나머지 종북 좌파의 색채가 짙은 의원들까지도 '더불어 민주당'으로 개명까지 하면서 그토록 극렬히 반대만 하던 노동개혁법에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등 달라지는 게 가시적(可視的)으로 나타나고 있으니 희망을 가져볼 만도 하지 않겠는가? 이제 두고 볼 일은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선 합의, 후 설득 방식으로 타결한 결과에 대해 정부와 할머니들 사이에서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를.
이번에 선 협상, 후 설득을 취한 위안부 문제는 방법이 잘못 됐을 뿐 결과는 문제시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할머니들을 부추겨 길거리 투쟁을 벌인다면 '도로 민주당'이 될 것이고,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할머니들의 정신적 위로 문제를 협의한다면 '더불어 민주당'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나 외교면에서 노련한 박대통령이 후폭풍이 예상됨을 알고서도 부득이 이런 판단을 했다면, 어떤 이유로 그랬는가를 알아 본 다음 대통령과 손을 맞잡고 처리하는 것도 건전한 야당다운 태도일 게다.
아아, 더불어 민주당이여! 떠날 사람은 떠나가고, 남은 사람은 환골탈태(換骨奪胎)하겠다고 당명까지 바꾸었으니 기대가 크다. 이후에는 길거리 투쟁에 동조하지 말며 선동하지도 말라. 국민들의 일그러진 얼굴이 두렵지도 않는가? 나라 망하기를 바라는 전문 데모꾼들이 끼어들 빌미를 주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용복 극작가·대전효지도사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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