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을지대병원과 대전경찰 등에 따르면 피해자 A(38)씨는 지난 25일 오후 11시 34분께 대전 유성구 복명동 한 도로에서 용의자 B(59)씨에게 총기로 피습을 당했다. A씨는 차량에 탄 상태였으며, B씨는 뒷문을 열고 난입해 총기로 공격했다. 총상을 입은 A씨는 출동한 119 구조대에 의해 을지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됐다. 이송 당시 A씨는 오른쪽 어깨 부위에 실탄을 맞은 상태였다. 그는 즉각적인 수술을 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을지대병원 의료진은 A씨가 큰 출혈이 없는데다 장기 파열 등의 피해가 없는 점을 들어 그를 가벼운 외상 환자로 판단했다.
이에 의료진은 A씨에게 “총알로 의심되는 이물질이 박혀있는 만큼, 범죄사건 증거가 될 수 있는데다 감염 우려가 있어 봉합하지 않은 상태로 지켜보고 월요일(28일)에 수술을 하자”고 권유했다.
빠른 수술을 원했던 A씨는 건양대병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는 마음을 바꿔 다시 수원 아주대병원으로 이동해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마친 A씨는 현재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에 대한 을지대병원의 대응을 놓고 추락이나 교통사고, 총상 등 외상환자의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권역외상센터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 사고를 접한 시민 김모(38)씨는 “을지대병원이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섰다면 경기도까지 이동해 수술을 받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아무리 상처가 가벼웠어도 총상을 입은 상황이었는데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을지대병원은 A씨가 응급수술이 필요한 중증 외상환자가 아닌 가벼운 외상 환자였던 만큼, 바로 수술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을지대병원 관계자는 “A씨의 오른쪽 어깨에 이물질이 얕게 박혀있어 겉에서 만지면 느껴졌을 정도로 가벼운 외상을 입은 수준이었다”며 “감염에 대한 우려도 있었기에 소독을 하고 안정을 취한 후 수술에 들어가도 늦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28일 수술을 받을 것을 권유했다”고 밝혔다.
을지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외상전담 전문의들이 365일 24시간 대기하고 외상환자 전용 수술실 및 중환자실을 갖춘 중증외상 전문치료센터로, 정부로부터 80억원을 지원받아 지난달 24일 문을 열었다.
한편, 용의자 B(58)씨는 지난 28일 저녁 경기도에서 경찰 감시망에 적발되면서 스스로 머리에 총기를 발사해 중상을 입은 후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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