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 여파]약해진 한국경제, 작은 변수에도 '흔들'

[美금리 여파]약해진 한국경제, 작은 변수에도 '흔들'

가계부채 1166조원 시대, 금리 영향으로 집값 급락하면 전·월세 보증금 반환 '빨간불'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내는 한계기업 3471곳 부실 초래 가능성도

  • 승인 2015-12-27 14:31
  • 신문게재 2015-12-28 12면
  • 문승현 기자문승현 기자
●美 금리 인상 여파, 국내 영향은

'오래된 미래'처럼 여겨지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지난 16일(현지시각) 단행되고 10여일 지났다. 시기의 문제였을 뿐 예견된 이벤트였던 만큼 정부와 시장의 반응은 대체로 차분한 모습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3일 경제동향간담회에서 “미국이 금리를 올렸으나 국제금융시장은 물론 국내금융시장도 상당히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미국의 금리 인상과 그 파급 영향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고려 요소임은 분명하지만 곧바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확실성과 막연한 불안감은 저금리와 저성장이라는 악순환을 겪고 있는 경제주체를 짓누른다. 한국은행이 총재 발언 하루 전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166조원에 이르고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이른바 한계기업은 3471곳에 이른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금리인상에 상당히 취약한 구조라는 얘기다.

▲위험 수위에 이른 가계=가계부채는 지난해 같은 시점과 비교해 10.4% 증가한 1166조원 규모다. 금액기준으로 보면 올 3분기 중 35조원 늘었는데 이는 대출금리 하락과 주택경기 개선으로 주택거래가 증가하고 분양호조로 집단대출 취급이 확대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43%로 올 3월말 138%에서 6개월 사이 5%포인트 상승했고 2분기 부채상환지출비율은 41.4%로 전년 동기 대비 2.7%포인트 올랐다.

이 보고서는 특히 금리인상 여파로 집값 급락 등의 충격이 발생하면 전·월세 보증금 반환에도 잠재적인 위험이 있을 것으로 봤다.

전·월세 보증금 가격이 20% 폭락하는 경우 보증금 있는 임대가구의 11.9%(88만가구)는 추가로 대출이 필요하고 5%는 대출을 받아도 보증금 상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추정됐다.

반환위험이 높은 전·월세보증금 규모가 크지 않지만 전·월세가구 수가 적지 않다는 측면에서 향후 전·월세 시장이 경색되면 가계 전반의 금융 및 실물거래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주택담보대출 가이드라인'에 포함되지 않은 집단대출이 가계부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은행의 집단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101조원에서 올해 9월말 104조원으로 늘었다. 상반기 중 안심전환대출이 공급되며 집단대출 금액 일부가 주택금융공사의 개인대출로 이전된 점 등을 감안하면 실제 증가폭은 10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보고서는 추산했다.

집단대출은 중도금, 이주비의 경우 주로 일시상환이나 변동금리로 취급되고 일정 집단을 대상으로 대출심사가 일괄적으로 이뤄지는 등 개인의 상환능력에 대한 점검이 일반 주택담보대출보다 느슨하다는 점이 이 같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대출로 연명하는 한계기업=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성장세가 둔화하고 중국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우리 기업은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올 상반기 -7.3%로 지난해 상반기 -1.2%보다 감소세가 크게 확대됐다. 성장과 수익의 빈곤은 채무상환능력 저하로 이어져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는 비금융법인기업 2만7995개 업체 가운데 만성적 한계기업은 지난해 기준 2561개였다. 2009년 1851개에서 700여 곳 더 증가한 것이다.

비제조업 부문에선 운수·건설업종, 제조업은 조선·철강업종에서 만성적 한계기업 비중이 크게 늘었다.

이들 한계기업이 금융기관 차입금, 회사채, 매입채무 등을 포괄해 보유한 부채 규모는 228조원 규모로 19만 1000명의 근로자들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만성적 한계기업의 매출액은 2011년 이후 증가세가 둔화하다 2014년 감소로 돌아섰고 매출액영업이익률도 마이너스 행진하고 있다. 이들은 수익성 부진에 따른 현금흐름악화로 운영자금을 주로 외부차입에 의존한다는 게 문제다.

또 정상 기업에 비해 유형자산이나 종사자 수 증가율이 낮아 만성적 한계기업이 늘어날수록 경제 전체의 설비투자와 고용은 증대되기 어렵다.

국내외 여건으로 볼 때 한계기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리인상과 같은 악재는 곧 기업의 대규모 부실과 금융시스템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미 금리 인상으로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국에서 글로벌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 우리 경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신흥국에 대한 한국의 수출규모는 지난해 2118억 달러로 총수출액 중 37.6%를 차지하고 있고 자본투자는 3079억 달러에 이른다.

신흥시장과 교역 및 자본거래가 확대되면서 실물·금융 측면에서 연계성이 크게 높아져 미 금리인상에 따른 해외자본 유출, 중국 경제성장 둔화 등 잠재위험이 국내로 전이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한국은행은 제언했다.

문승현 기자 heyyun@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