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의료계와 충남도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국민의료 향상을 위한 의료현안 협의체'를 구성하고 규제개혁 차원에서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추진 중이다.
한의사에게 엑스레이기, 초음파검사 등 현대의료기기를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로 알려졌다. 아직 정부 방침이 확정된 바 없지만, 지역 의료계에선 정부가 이미 구체적인 허용목록까지 정했다는 뜬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이에 충남도 의사회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도 의사회는 지난 22일 도내 모처에서 시·군의사회 및 임원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도내 15개 시군의사회 임원과 회원, 순천향대병원과 단국대병원 전공의 대표, 양 대학 의대 대표 등이 참석했다.
참석 의사들은 “한의사들에게 단 한 품목이라도 현대의료기기가 정부로부터 허용되면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도 의사회에는 개원의는 물론, 대학병원 전공의 등 2000여명이 가입돼 있다. 이들이 파업할 경우 도내 의료기관 2022곳(종합병원 13, 병원 150, 의원 1872)을 이용하는 도민 불편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대전시 의사회도 대전시 전공의협의회, 대전시 의과대학·의전원 학생회와 함께 24일 성명서를 내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과 관련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한의학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현대의학과는 다르게 독자적인 체계와 경험에 의해 발전해왔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체계가 다른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절대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사회가 이처럼 반대하는 이유는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현재 의료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의료질서를 훼손할 수 있다고 자체 판단하기 때문이다. 의료시장 경쟁이 과열되는 상황에서 한의사의 규제를 풀어주면 소위 환자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도는 만일의 사태 발생에 대비하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지역 주민 의료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한다는 게 도의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의료법에는 병원 파업을 강제로 막을 수 있는 일종의 명령을 행정기관이 발동할 수 있다”며 “아직 지역 의료인들의 행동이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당직 의료기관 지정 등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내포=강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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