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 다니는 딸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산타클로스에게 받고 싶은 선물로 값비싼 인형을 꼽고 있지만, 빠듯한 살림을 꾸려가고 있는 처지에 고가의 선물은 여간 부담이 아니다.
원씨는 “다른 학부모들이 좋은 선물을 하면 내 아이가 위축되고 실망할 테니까 쉽게 선물을 고르지 못하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연말파티를 준비하는 어린이집, 유치원에 보낼 크리스마스 선물 걱정에 부모의 한숨 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지속되는 불황에 부모의 주머니 사정은 그대로인데, 자녀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값은 갈수록 비싸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최근 TV 프로그램에서 값비싼 장난감이 자주 노출되면서 아이의 선물 요구 수준 역시 높아지고 있다.
23일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에 따르면 연말연시를 맞아 앞다퉈 어린이 선물 기획전을 열고 있지만 부모의 등골을 휘게 하는 값비싼 상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 지역 A 대형마트가 오는 25일까지 진행하는 '로봇대전' 행사에서 인기상품의 가격은 10만원 선이다.
대표 상품은 '트레인 하이퍼 엠퍼러(55×13×30㎝)' 11만원, '또봇 기가세븐(65×17×41㎝)' 11만9700원, '헬로카봇 마이티가드(62×13×41㎝)' 11만6000원 등이다.
또한 '스타워즈:깨어난 포스'의 신규 캐릭터 BB-8 드로이드 로봇을 정교하게 구현한 무선조종(R/C) 완구를 비롯해 다양한 기능과 디자인의 광선검 시리즈, 캐릭터 피규어 및 마스크 등도 고가 선물로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유통업체마다 점포 입구에서부터 각종 완구로 물량공세를 펴고 있는 탓에 자녀를 둔 부모 사이에선 '아이 데리고 마트 가기가 두렵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모(36)씨는 “연말이 되면 백화점, 마트 등 어딜가나 장난감 대전, 할인이벤트 등을 진행하고 있어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를 달래는 것도 일”이라고 피로감을 호소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기간은 그야말로 완구업계 대목”이라며 “올해 막바지 물량을 확보해 대규모 할인행사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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