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노릇에 지갑 '텅'…부모는 속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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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노릇에 지갑 '텅'…부모는 속 타

비싸진 크리스마스 선물 부담, 인기상품 대부분 10만원 넘어 “백화점·마트마다 장난감 행사, 아이 데리고 다니기 겁난다”

  • 승인 2015-12-23 17:46
  • 신문게재 2015-12-24 7면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워킹맘 원모(38·서구)씨는 자녀의 어린이집에 보낼 크리스마스 선물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몇일전 '크리스마스 행사 때 자녀에게 전달할 선물을 보내달라'는 어린이집의 공지사항을 받았지만, 아직 어떤 선물을 보낼지 결정하지 못했다.

유치원에 다니는 딸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산타클로스에게 받고 싶은 선물로 값비싼 인형을 꼽고 있지만, 빠듯한 살림을 꾸려가고 있는 처지에 고가의 선물은 여간 부담이 아니다.

원씨는 “다른 학부모들이 좋은 선물을 하면 내 아이가 위축되고 실망할 테니까 쉽게 선물을 고르지 못하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연말파티를 준비하는 어린이집, 유치원에 보낼 크리스마스 선물 걱정에 부모의 한숨 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지속되는 불황에 부모의 주머니 사정은 그대로인데, 자녀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값은 갈수록 비싸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최근 TV 프로그램에서 값비싼 장난감이 자주 노출되면서 아이의 선물 요구 수준 역시 높아지고 있다.

23일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에 따르면 연말연시를 맞아 앞다퉈 어린이 선물 기획전을 열고 있지만 부모의 등골을 휘게 하는 값비싼 상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 지역 A 대형마트가 오는 25일까지 진행하는 '로봇대전' 행사에서 인기상품의 가격은 10만원 선이다.

대표 상품은 '트레인 하이퍼 엠퍼러(55×13×30㎝)' 11만원, '또봇 기가세븐(65×17×41㎝)' 11만9700원, '헬로카봇 마이티가드(62×13×41㎝)' 11만6000원 등이다.

또한 '스타워즈:깨어난 포스'의 신규 캐릭터 BB-8 드로이드 로봇을 정교하게 구현한 무선조종(R/C) 완구를 비롯해 다양한 기능과 디자인의 광선검 시리즈, 캐릭터 피규어 및 마스크 등도 고가 선물로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유통업체마다 점포 입구에서부터 각종 완구로 물량공세를 펴고 있는 탓에 자녀를 둔 부모 사이에선 '아이 데리고 마트 가기가 두렵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모(36)씨는 “연말이 되면 백화점, 마트 등 어딜가나 장난감 대전, 할인이벤트 등을 진행하고 있어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를 달래는 것도 일”이라고 피로감을 호소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기간은 그야말로 완구업계 대목”이라며 “올해 막바지 물량을 확보해 대규모 할인행사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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