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영렬탑은 원래 6·25 한국전쟁 당시 산화한 호국영령들을 기리기 위한 시설이 아니었다. 1942년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이 대한제국을 비롯해 청나라와 러시아 등과의 전쟁을 치르면서 사망한 일본군을 위한 충혼탑이었다. 충혼탑 건립에 착수한 후 기단부분 공사 중 일본이 패망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이 일대는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의 거처이기도 했다. 중구 선화동 산 15번지는 당시 산으로서 용두산 꼬리 부분이었다.
그러다가 한국전쟁 후 호국영령들을 위한 사업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중단됐던 일본군의 충혼탑이 호국영령을 위한 영렬탑으로 바뀐 것이다.
1956년 충남도민의 성금이 모이고 모여 기단의 상부에 4명의 군경이 배치된 영렬탑이 완성됐다. 호국영령들을 기리기 위한 지역민의 정성이 담긴 이곳에는 대전과 충남 출신의 전몰군경 위패(1712위)를 모셨고, 추계제향과 매월 초하루 참배가 이어져 왔다.
하지만, 도시 발전에 따라 이 일대가 주거지역으로 변했고 이전 요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선화·용두지구 재정비 촉진사업으로 선화근린공원에 있던 영렬탑을 2008년 중구 사정동 일원으로 옮기면서 새롭게 조성한 곳이 바로 대전보훈공원(大田保訓公園)이다. 이 사업을 위해 대전시는 100억원의 예산을 들 5년만에 준공했다.
보훈공원의 면적은 37.054㎡이며 중앙에 우뚝 솟은 30m 높이의 탑은 호국영령들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영렬탑이다. 영렵탑 외에도 1712위를 모신 전몰군경 위패봉안소가 있다. 위패 봉안소 좌·우측에는 호국영령들의 활약상과 오늘날 대전의 모습이 부조로 새겨져 있으며 추모의 길 좌측에는 한국전쟁 참전기념물이, 우측에는 월남 참전기념물이 있다. 여기에 월남 참전용사 각인비와 6·25전쟁 기념비, 전시관, 기억의 벽 등 다양한 현충시설도 들어서 있다. 전국에서 유일한 추모공원이다.
족구나 배드민턴을 할 수 있는 경기장과 약수터도 있어 봄과 가을에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으며, 매년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이 참가하는 호국보훈 백일장과 사생대회가 열리고 있다.
세종=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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