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질자원연구원 상황 분석 전북 익산 부근에 진도 3.9의 지진이 발생한 22일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한국지질자원연구소 지진연구센터에서 연구원들이 익산 지진 상황을 분석하고 있다.
지진연구센터 제공 |
세계문화유산인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지진에 대한 예방대책이 전혀 없다.
현행법상 문화재에 내진 설계를 적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2일 충남도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30분께 전북 익산시 북쪽 8km 지점(북위 36.02, 동경 126.95/0에서 규모 3.5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은 올 들어 내륙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에는 최대 규모다.
이로 인한 진동은 충남과 대전에도 고스란히 전달돼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지진으로부터 공주와 부여, 익산 등에 있는 8곳의 백제유적에 대한 예방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백제유적은 ▲공주 공산성ㆍ송산리 고분군 ▲부여 관북리 유적 및 부소산성ㆍ능산리 고분군ㆍ정림사지ㆍ나성 ▲익산 왕궁리 유적ㆍ미륵사지 등이다.
일종의 전통 건물인 유적들은 거푸집에 콘크리트를 부어서 만드는 '일체식'이 아니고 목조를 깎아서 짜맞춘 절구식이기 때문에 지진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지진 피해를 예방할 방안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문화재는 원형보존을 원칙으로 하고 보수 역시 전통방식대로 보수하게 돼 있다.
때문에 현대식 구조인 내진설계를 이에 적용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행정당국의 의견이다.
도 관계자는 “백제역사 유적에 내진설계는 없다”며 “문화재는 현대적인 공법을 적용하지 못하며 훼손 우려에 대해 자체적으로 견뎌내는 것을 바라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유비무환(有備無患) 입장에서 언제 어디서 덮칠지 모르는 지진 등 자연재해로부터 백제유적 관리강화 방안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충남도와 홍성기상대 등에 따르면 백제역사유적이 있는 충남에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53회의 지진이 발생했다. 충남에서는 주로 보령·태안 해역에서 많이 발생했고, 서산과 공주, 금산, 당진, 천안 등지에서도 관측됐다.
같은 기간 충북에서는 옥천과 영동, 청원, 제천 등에서 5회 발생했고, 대전과 세종은 없었다.
지역 한 대학 문화재 관련 교수는 “문화재는 목조건물이 많아 과거에는 화재예방에만 신경을 쓰면 됐는데 이제는 지진, 폭우 등 다른 자연재해가 잦아지면서 이에 대한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연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내포=강제일·유희성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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