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럼] 망치를 디자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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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럼] 망치를 디자인하다

  • 승인 2015-12-22 13:15
  • 신문게재 2015-12-23 22면
  • 이건우 영창단조공업 대표이건우 영창단조공업 대표
▲ 이건우 영창단조공업 대표
▲ 이건우 영창단조공업 대표
오늘날 소비자와 기업의 만남은 제품 그 자체보다는 브랜드, 디자인과 같은 감성적인 채널을 통해 이뤄진다. 우리가 옷을 선택할 때 소재만큼이나 중요시하는 것이 브랜드, 색상, 모양 등이다.

누가 디자인했느냐에 따라 가격은 몇 백만원을 호가하는 옷이 되기도 하고 몇 천원 하는 옷이 되기도 한다. 기업 경영에서 '디자인'은 가장 중요한 경영전략이다. 기업을 새롭게 할 때 가장 우선시하는 것도 제품 디자인과 브랜드 디자인이다.

과거 제조업의 흐름은 생산만 하면 팔리는 생산자 중심이었으나 지금은 공장자동화에 의한 과잉생산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이 커지면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우리 기업은 3대째 망치를 제조하고 있어 망치를 생산하는 단조, 열처리 기술은 오랜 경험을 통해 업계에서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었으나 과거에 비해 시장 점유율은 조금씩 내려가고 있었다.

독일 망치나 일본 망치는 자사 제품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들어와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월등하다고 판단했으나 오판이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훨씬 비싼 일본·독일산 제품들의 시장 점유율이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망치가 튼튼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디자인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고 디자인에 많이 소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부분 소규모 회사들의 BI(회사로고)나 CI(제품로고)는 내용 전달에 충실하다 보니 브랜드 이미지는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망치를 세계적인 망치로 만들기 위해서는 3대째 이어온 기술력에 전문적인 디자인을 융합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선 제품디자인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제품의 기능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무게중심과 원심력의 방향 등을 고려해야 할 뿐만 아니라 망치의 헤드부분과 손잡이와 연결 방식, 손잡이의 그립감, 못을 빼는 데 편리성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해 디자인을 해야 했다.

단순하게 다른 망치를 참고하는 정도가 아니라 자동차의 기어봉, 전기면도기의 그립감, 배관의 결합방식 등 다양한 부분에서 우수한 제품들을 벤치마킹해야 했다.

2013년 중소기업청에서 주관한 산학연협력사업을 통해 한밭대 산업디자인과 김장석 교수와 협력해 제품 디자인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산학연협력사업을 시제품 개발에 중점을 두지만 나는 다양한 디자인의 모델링 작업을 통해 망치뿐 아니라 다양한 수공구에도 접목할 수 있도록 디자인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망치손잡이 부분을 예로 든다면 500여 개 다양한 부분의 손잡이를 분석해서 30가지로 추출한 다음 모델링해 망치손잡이를 디자인한 것이어서 경쟁사의 제품보다 그립감이 우수하고 미끄러지지 않으며 모양도 전통방식의 빗살무늬를 살린 멋지고 우수한 제품 디자인이 나올 수 있었다.

시각디자인 부분은 좋은 제품디자인을 기반으로 진행돼야 한다. BI도 기존엔 제품의 이름을 중점적으로 했다면 새로운 BI디자인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디자인에 브랜드를 강조했다.

박스디자인과 상표디자인도 단순히 내용전달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와 컬러도 같이 디자인돼야 한다. 삼성하면 파란색, SK하면 빨간색 등 특정회사에 대표되는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사는 제품별 고유의 색깔을 지정하고 박스와 상표를 동일한 색으로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소비자가 제품을 고를 때 파란색 망치, 빨간색 망치 등 색깔별로 선택할 수 있어 제품선택도 쉬워진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브랜드 마케팅, 컬러 마케팅이다.

현 정부에서 가장 화두가 되는 말이 창조경제, 융·복합, 수출이다. 소규모 제조업에서는 IT, BT와 융·복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디자인과의 융·복합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제품들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디자인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중국뿐 아니라 미국, EU, 아세안 등의 나라들과 FTA를 체결했거나 진행 중이다. 점점 시장이 글로벌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자사와 같은 많은 소규모 제조회사들의 제품 경쟁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제품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은 바로 디자인이다.

이건우 영창단조공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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