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대전체육포럼 사무총장 |
대전시티즌이 강등되면서 일반시민과 축구인들 그리고 서포터즈 할 것 없이 터져 나오는 불만은 한둘이 아니다.
공통된 아우성은 누구를 위한 구단인지에 대해서다. 시민구단의 가치는 축구를 통해서 시민들에게 즐거움과 행복, 희망을 주는 것인데 대전시티즌은 그렇지 못해왔다.
필자는 대전시티즌의 대표이사 자리가 구단주인 시장의 선거공신 자리로 계속 이용될 것이라면 차라리 팀을 해체하길 요청한다. 구단주가 시장이다 보니 반복적으로 대전 시장 만들기의 주역들이 시티즌 사장으로 임명되어 왔다. 구단 운영 전문가가 모든 힘을 쏟아 부어도 정상적인 궤도에 오르는데 수년의 기간이 필요한데 대전시티즌은 1년 또는 2년 주기로 지속적으로 사장이 교체됐다.
대전시티즌에는 매년 40억 원 안팎의 시지원금이 건네진다. 기업들의 후원금을 합해 70억 원 운영비가 소요되는데 이 돈은 대전시티즌이 아니라면 대전 어느 곳에라도 쓰일 수 있는 소중한 돈이다. 2006년 시민공모주로 시작된 시 지원금이 지금까지 적어도 수백억 원 이상이 지원됐다. 월드컵 경기장 역시도 무상으로 사용한다. 체육계 일부에선 그 돈이 다른 종목을 육성하거나 또는 대전 체육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다른 곳에 사용된다면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올해 평균 관중 2493명, 38전 4승의 초라한 성적으로 대전의 희망과 지역경제를 이끌었다고 설명을 하기에는 설득력이 너무 부족하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으나 빚더미와 강등 속에 있던 구단을 1년 만에 다시 1부 리그로 승격시키고 팀 재정을 안정시킨 사장을 경질시킨 구단주에게 어떤 묘수가 있을 줄 알았다.
시 산하 공공기관과 기업, 체육단체에 관람권을 강매하는 것도 이제는 약발이 안 먹힌다. 시티즌 표를 무상으로 줘도 사람들이 경기장에 가질 않는다. 볼게 있어야 극장을 가는데 주연 배우도, 잘나가는 조연도 없다. 승리의 감동도 관전의 재미도 하나도 없다. 역대 선수 중 스타로 발돋움한 이관우, 김은중, 최은성과 같은 대전을 대표하는 선수를 본 지가 꽤 오래됐다. 시에서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정구, 수영·다이빙, 탁구 등 실업팀을 없앤다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대전시티즌의 최대주주는 시 체육회다. 그러므로 대전시티즌도 다른 처방이 필요한 게 아니다. '만년 적자'인 대전시티즌을 시민구단으로 전환하기 위한 시민주 공모 행사에 수많은 시민과 각종 단체가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참여했었다. 지금도 수많은 시민이 대전시티즌의 주주일 텐데 수년이 지나도 주주인 필자에게 문자 한번, 편지 한통 온 적이 없다. 방만하고 책임 없는 경영, 선수 양성 실패, 정치권에 휘둘리는 운영을 해 온 구단은 현재 자본 잠식 상태다. 시민들의 팀이라는 명목으로 매년 시에서 지원해 근근이 운영해 가고 있다. 휴지가 된 주식공모, 또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대전월드컵경기장은 2002월드컵에서 안정환이 8강 진출의 신화를 이뤄낸 세계적인 명소다. 2003년 2만 명에 가까운 평균 관중을 기록했던 대전시티즌이었다.
날마다 대전시티즌 경기가 있는 날이 기다려졌었고, 2만 명이 응원하는 경기장에 들어설 때의 감동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다.
필자는 선거공신 임명하지 말고 진정으로 시민이 행복해 질 수 있는 대전시티즌을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대전체육포럼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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